[스포츠서울 | 천안=정다워기자] 바야흐로 ‘한선수의 시대’다.
대한항공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13-25 25-22 25-17 15-11)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앞선 1~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던 대한항공은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세 경기 만에 시리즈를 마감하며 왕좌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이번시즌 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에 이어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했다. 지난 두 시즌을 잇는 세 시즌 연속 통합우승에도 성공했다.
‘항공 왕조’ 시대를 연 주인공은 부동의 V리그 최고 세터 한선수(38)다. 한선수는 이번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결과 총 31표 중 23표를 획득하며 수상 주인공으로 결정됐다. 지난 2017~2018시즌에 이은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MVP 수상이다.
한선수는 의심의 여지 없는 통합우승의 일등공신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한선수는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팀을 이끌었다.
기록을 보면 한선수의 위엄이 느껴진다. 1차전서 한선수는 총 51회 세트 성공을 기록했다. 상대 세터 김명관(40회)을 여유롭게 압도했다. 2차전에서도 각각 41회, 24회로 차이가 컸다. 3차전에서도 50회, 36회였다. 이현승(9회)의 기록을 합쳐도 한선수가 더 많이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연봉 7억5000만원, 옵션 3억3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이유를 증명한 챔피언결정전이었다.
비단 이번시즌만의 일은 아니다. 한선수는 대한항공이 V리그 최고의 팀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V리그에서는 한선수가 독보적인 ‘원탑’ 세터라는 데 이견이 없다. 레전드 세터 출신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마저 “한선수가 팀을 잡아줬다. 국내 최고의 세터임에 틀림이 없다”라고 인정할 정도다.
이제 한선수는 V리그 역대 최고의 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017~2018시즌에 이은 네 번째 우승이고, 세터 중에서는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서 2회 MVP를 차지했다. 큰 이변이 없는 정규리그 MVP, 베스트 세터까지 싹쓸이할 것으로 보인다. 팀 동료인 유광우나 최태웅 감독 등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요새 흔히 쓰는 ‘GOAT(greatest of all time)’ 반열에 오른 셈이다.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성취를 이뤄서인지 한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삼켰다. 그는“나이가 든 것 같다”라며 웃은 뒤 “팀의 주장이라 끌고 가야 한다. 선수들과 소통도 해야 하고 안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지금도 커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나이가 들고 조금씩 저를 이해하고 밀어주면서 지금의 팀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팀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한선수의 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85년생으로 현재 우리나이 39세인 그는 “저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도 생각한다. 그 마무리를 위해 1년, 1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 배구를 하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42세까지 하는 게 목표”라며 자신의 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예고했다.
한선수는 “네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라는 목표도 이야기했다. V리그에서 네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한 팀은 아직 없다. 지금의 대한항공과 2012~2014년의 삼성화재가 유이하게 세 시즌 연속 통합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욕심 많은 한선수는 대한항공을 최초의 팀으로 올려놓고 싶어 한다.
현재 V리그에서 한선수와 경쟁할 만한 수준의 세터는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한선수는 정상의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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