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대한축구협회(KFA) 이사회를 구성하는 부회장단과 위원장이 ‘승부조작범 포함’ 기습 사면과 철회 논란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한다.

KFA는 4일 ‘이사진 전원이 조만간 정식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협회 정관에 따라 선임된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사임한 것으로 간주한다.

정몽규 회장이 이사진의 사퇴 의지가 담긴 보도자료를 최종 검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FA 관계자는 “오전 임원 회의를 마친 뒤 부회장과 위원장이 이번 사면 논란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동반 사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KFA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 A매치를 앞두고 이사회를 개최, 승부 조작범 48명을 포함한 ‘징계 축구인 100명 사면’을 의결했다. 그러나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승부조작범을 다시 축구계에 돌려놓는다는 비난이 커지자 사흘 만에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격 철회, 정몽규 회장이 사과 입장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사면안을 주도한 건 일부 고위 간부다. 이들은 이사회 한 달여 전부터 사면안을 추진하면서 민감한 부분에 대한 여론 수렴에 소홀히했고 사면 요청을 해온 일부 축구인과 배후 세력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심지어 KFA 다수 이사도 이사회를 앞두고서야 사면안이 추진된 것을 인지했다. 기습 사면과 관련한 퍼즐을 짜 놓고 통보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사면 철회 결정 이후에도 취재진과 축구 팬에 비판 목소리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회장님 사과’ 뒤에 숨어 있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더 나은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이바지하고 싶었다면 충실하게 해명하고 사죄해야 했다.

결국 전날 밤 KFA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습 사면을 막지 못한 책임을 거론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사면안 추진을 뒤늦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책임져야 할 간부가 침묵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견해가 모였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고위 간부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사퇴를 결의했다. 하지만 ‘졸속 사면’에 대한 실무 책임자의 무책임한 처신으로 이미 KFA는 민심을 잃었다. 또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사퇴하면서 당분간 모든 행정이 마비될 처지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전무이사를 비롯해 주요 보직을 맡을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 난파선에 비유되는 KFA 임원진에 합류해 헌신할 축구인이나 행정가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박경훈 전무이사는 “협회 실무 행정을 총괄하는 전무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 지난 금요일 임시 이사회 이후부터 다수 이사분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며 “이번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며 전원 사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KFA는 “이사회 구성원의 일괄 사퇴가 결정됐지만, 행정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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