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기자] 홈 경기장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6라운드 경기가 열린 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

최근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북 서포터는 응원을 보이콧했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평소 부르는 응원가는 실종됐다. 후반 12분 아마노 준의 선제골이 나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본능적인 함성은 터져나왔지만 전북이 골을 넣으면 실시하는 ‘오오렐레’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응원하기를 유도했지만 어색한 공기만 흘렀다. 오히려 두 사람을 향해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후반 43분 추가골이 터진 후에도 서포터는 항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나마 후반전에는 공격 상황이 발생하면 환호하거나 박수를 쳤고, 선수들이 응원을 유도하면 팬도 반응하긴 했지만 서포터의 조직적인 응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포터가 응원을 하지 않아 전북 구단은 앰프를 통해 응원가를 틀었다. 마치 코로나19로 인해 응원을 하지 못하던 시기 같은 분위기였다. 이에 분개한 서포터는 앰프를 끄라는 구호를 외쳤고, 욕설이 담긴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전북 응원가는 들을 수 없었지만 원정팀인 인천 서포터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특히 인천 서포터가 자주 실시하는 “할 수 있어 인천” 구호는 어느 때보다 힘차게 전주성을 가득 채웠다. 후반 중반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자 “정신차려 인천”을 외치며 선수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전북은 원래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렸다. 서포터의 열광적인 응원과 환호,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의 힘은 전북 선수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이날은 달랐다. 소리만 들으면 여기가 전주성인지, 인천의 홈 경기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전북은 지난 경기와 달리 승리라는 결과를 낚았다. 그러나 팬과 구단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비난을 받아들이면서도 반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뒤로 갈 데가 없다. 팬과의 소통이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좋은 경기력으로 어필하면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단과 상의해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겠다”라며 성찰했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K리그 최고 팀이었던 전북의 우울한 현 주소를 확인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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