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표정관리가 제일 힘드네요.”

‘초보 사령탑’ 두산 이승엽 감독은 데뷔시즌 초부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중이다. 지난 1일 롯데와 치른 정규시즌 개막전에서는 연장 혈투 끝에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따냈고, 4일 잠실 NC전 1-0 승리, 8일 광주 KIA전 9회말 끝내기 패배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경기를 했다. 지난 11일 잠실 키움전에서도 6-4로 앞선 9회초 2사 2,3루 위기에서 이정후의 타격을 지켜보는 심장 쫄리는 경험을 했다.

이 감독은 “코치들과 상의하면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매순간 선택해야 하는 자리여서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비교적 순조롭게 시즌을 치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건 역시 표정관리”라며 “선수 때는 표정변화가 심하지 않았는데, 더그아웃에 있으니까 감정이입이 더 되는 것 같다. 자중하려고 노력하는데 더 냉정해져야 한다”며 웃었다.

지켜보는 눈도 많다. 양팀 선수단뿐만 아니라 코치진, 전력분석팀은 사령탑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물론 벤치에서 사인이 나가는 타이밍이나 습관 등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다. 감독이 코를 만지거나 모자를 고쳐쓰는 행위도 사인일 때가 있어, 사실상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대상이다.

중계카메라도 감독의 표정은 매우 종은 피사체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따라 감독의 표정이 변하기 때문에 언제든 클로즈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감독 전담 카메라를 따로 둔다는 얘기도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야간경기 때도 스포츠 고글을 벗지 않는 감독이 늘어난 것도 이때문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전력과 심경을 감출 수 있다.

감독이 표정을 숨기려는 이유는 또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 몇몇 감독은 경기 도중 고개를 흔들거나 웃음을 보였다가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일부 구단은 중계팀에 ‘감독 클로즈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