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봄바람이 분다. 우리나라 피겨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은 15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일본(94점)을 제치고, 미국(120점)에 이어 ‘준우승’의 쾌거를 일궜다.
팀 트로피 대회는 남자 싱글과 여자 싱글, 페어, 아이댄스까지 4개 종목 선수가 겨루는 피겨 국가대항전이다. 2009년을 시작으로 2년을 주기로 열리는데, 한 시즌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 6개국이 경쟁한다.
고른 활약이 중요한 대회다.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순위별로 랭킹 포인트를 부여한 뒤 이를 합산해 국가별 최종 순위를 가리기 때문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인 한국에서 홀로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는 다른 종목에서의 선수가 부족했기에 이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당시 피겨 열풍을 일으켰던 김연아의 뒤로 ‘연아 키즈’가 줄을 지었다. 그런 그들이 한국 피겨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연아를 보면서 꿈을 키운 차준환(21·고려대)과 이해인(17·세화여고)이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기량을 입증한 뒤 팀 중심을 잡았다. 김예림과 이시형 역시 뒤를 받쳤다. 여기에 페어, 아이스댄스에도 외국 국적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단체전 경쟁력이 향상됐다
특히 이해인과 차준환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해인은 지난 13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퍼펙트 연기를 펼치며 12명의 선수 중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4일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완벽한 연기로 1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76.90점)과 프리스케이팅(147.32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한국에 랭킹 포인트 12점씩 총 24점을 선사했다.
차준환은 부담감마저 이겨냈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01.33점을 받아 12명의 출전 선수 중 2위에 오른 그는 15일 대회 마지막 종목인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87.82점을 받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앞서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이시형이 124.82점으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차준환이 제 몫을 해내야 했는데,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쇼트 11점, 프리 12점으로 총 23점을 챙겼다.
총점 95점 가운데 47점으로 절반 가까이를 합작한 둘의 활약에 한국은 은메달을 목에 건 셈이다.
이제는 외롭지 않다. ‘연아 키즈’들의 폭풍 성장으로, 한국 피겨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