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못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지난시즌 V리그 남자부 최하위 삼성화재는 그 어떤 팀보다 조용하게 자유계약(FA) 이적시장을 보냈다. C급에 해당하는 신동광과 재계약을 맺은 것 외에는 아무 영입도 하지 않은 채로 이적시장을 마감했다. 사실상 이적시장의 ‘방관자’였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이 가장 시급했던 팀은 단연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지난시즌 꼴찌였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삼성화재는 남자부에서 선수 연봉을 가장 적게 쓰는 팀이다. 남자부 샐러리캡(41억5000만원, 옵션 제외) 최소소진율인 50%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지난시즌을 보냈다.
우승팀 대한항공의 절반 정도밖에 쓰지 않았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오히려 11승을 수확했고, 김준우라는 신인선수상 수상자를 배출한 게 기대 밖 선전이라는 배구계 평가가 있을 정도로 전력이 약했다.
그래서 배구계는 이번 이적시장을 주목했다. 삼성화재가 어느 정도의 영입을 할지에 따라 다음시즌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대와 달리 삼성화재는 아무런 외부 영입 없이 이적시장을 마쳤다. 뚜렷한 움직임조차 없었다.
배구계에 따르면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한 명 정도 ‘대어급’ 선수 영입을 구단에 부탁했다. 허수봉의 경우 현대캐피탈 잔류가 유력했고, 나경복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임동혁 영입에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거포인 임동혁을 5억원에 잔류시켰다.
최근 이적시장 시세를 고려하면 그렇게 비싼 금액으로 보긴 어렵다. 삼성화재가 임동혁을 영입하면 확실한 아포짓 스파이커 한 명을 확보하기 때문에 김정호와 외국인 선수 아웃사이드 히터를 조합해 강한 삼각편대를 구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그조차 노력하지 않았다.
삼성화재의 행보는 V리그 남자부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7팀 체제에서는 한 팀의 존재가 리그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삼성화재가 조금만 전력을 강화해도 분명 더 재미있고 예측 불가능한 시즌이 될 수 있는데 많은 배구계 관계자들의 바람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여자부의 경우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더 흥미로운 판도를 구축했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이 알토란 같은 선수들을 확보해 전력을 강화했고, 봄배구에 가지 못한 팀들도 요소요소에 스쿼드를 보강했다. 벌써부터 다음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적시장은 이렇게 중요하다.
삼성화재는 더 이상 ‘명가’가 아니다. 과거 영광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지금의 행보라면 다음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식의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책임은 결국 감독이 지는 방식은 배구계의 손가락질만 받을 뿐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