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해맑은 웃음을 지은 일본 AV(Adult video의 약자)배우가 MC 신동엽을 향해 “나왔어요? 싸셨는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통역을 맡은 성시경은 차마 직역하지 못했다. 묘한 분위기와 에둘러 “가능했느냐”는 성시경의 통역을 눈치껏 알아챈 신동엽은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가리키며 “(녹화 전 제작진이 준 자료를 보며)이 녀석과 많이 싸웠다. ”안돼!’ 방송이야, 네 차례 아니야”라고 달랬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곳에 ‘승수’라는 애칭을 붙여줬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야한 얘기를 할 때마다 귀가 빨개진다는 신동엽의 귀가 불타올랐다.

MC신동엽의 SBS ‘동물농장’ 하차여론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의 한 장면이다. ‘성+인물’은 미지의 세계인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다.

제작진은 “보편적인 관심사지만 나라와 문화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성’을 접점으로, 다른 나라만의 특별한 성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음지의 문화인 성을 양지로 끌어올려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젊은 세대의 개방된 성의식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분위기를 조성했던 JTBC ‘마녀사냥’ 제작진의 작품이지만 ‘성+인물’은 남성의 관음적 욕구를 해소한 것 외에는 딱히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유명MC 2명이 일본 현지의 성인용품점을 찾아다니며 성문화를 이야기한다는 취지 자체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한국에서만 방송되는 로컬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모를까. 굳이 전세계 190개국으로 스트리밍되는 글로벌 OTT에서 한국인이 일본 성문화의 특징을 소개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일본의 성문화가 한국의 성문화와 어떻게 다른지, 일본의 성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방송은 공감보다 39금 토크를 통한 화제몰이와 보여주기에 급급한 인상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AV배우들이나 호스트바 직원들의 철저한 프로정신이 오히려 프로그램을 통해 희화화되는 듯한 인상마저 들었다.

이쯤되면 기획의도를 향한 제작진의 접근방식은 실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다큐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며 쉽게 웃을 수 없다는 점에서 웃음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비운의 작품으로 남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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