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본인은 5이닝 던지겠다고 하는데...”

삼성 오승환(41)이 ‘끝판대장’이 아니라 ‘선발투수’로 나선다. 3일 키움전이다.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됐을까. 박진만(47) 감독과 정현욱(45) 투수코치가 배경을 설명했다.

박진만 감독은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과 경기에 앞서 “정현욱 코치의 건의가 있었다. 오승환은 팀 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다. 살려야 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발로 변칙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은 무조건 5회까지 던지겠다고 하더라. 일단 투구수는 60구 정도 생각하고 있다. 상황을 봐야 한다. 이닝이 아니라 투구수로 간다. 짧게 던지면 아무래도 밸런스를 잡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현욱 코치는 “오승환이 타이트한 경기에 나가서 결과가 자꾸 안 좋았다. 위축이 되고, 자기 공을 못 던진다. 많이 지고 있을 때 올리는 것도 생각을 해봤는데, 패전처리는 오승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발은 상대적으로 점수를 좀 줘도 된다. 반드시 실점을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공을 던지고, 템포를 되찾았으면 했다. 내 경험도 있다. 내가 선수 때 코치님께서 제안하신 적이 있다. 오승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발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고 짚었다.

오승환은 올시즌 10경기 10이닝, 1승 1패 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중이다. 블론세이브도 2개가 있다. 8탈삼진에 5볼넷이고, 피안타율은 0.310에 달한다. 오승환답지 않은 수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점수차가 많이 났을 때 올리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지만, 오승환의 자존심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마무리에서 내려온 것만으로도 자존심은 꽤 많이 상했다.

이에 선발 등판이라는 선택을 했다. 과거 선동열 감독, 류중일 감독 시절 한 번씩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현재 투수코치인 정현욱 코치가 현역 시절 한 번 해봤다.

2012시즌 개막 후 6월7일까지 평균자책점이 4.70으로 좋지 못했다. 리그 최고로 꼽히는 불펜투수였으나 2012년은 시작이 좋지 못했다.

이에 6월8일 선발로 등판했다. 윤성환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공백이 생겼고, 정현욱을 택했다. 통했다. 4.2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고 내려왔다. 4회까지 무실점이었고, 5회 점수를 주고 말았다.

이 등판을 통해 페이스를 되찾았다. 6월9일부터 시즌 끝까지 계산하면 평균자책점 1.80이다. 특급 불펜투수로 돌아왔다. 삼성도 통합 2연패에 성공했다.

자신의 경험이 있기에 오승환에게도 권유를 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의 선택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정현욱 코치가 제안을 한 것 같다. 우리 팀에 전에 이렇게 한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 오승환은 꼭 살아야 하는 투수다. 많은 고민을 했고, 이런 방법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현욱 코치도 “길게 던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50~60구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충분할 것 같다. 나는 5회 2사까지 던졌는데, 2회가 됐든, 3회가 됐든 좋을 때 빼주는 것이 첫 번째다. 점수를 주더라도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승환을 위한 선택이다. 오승환이 올라와야 팀도 탄탄해진다.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오승환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좋은 환경에서 던지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잘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