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변명할 수 없는 육성 실패다. 단순히 올시즌만 바라본 게 아닌 최근 몇 년을 돌아본 결과다. 타선에서 두려움을 주는 타자가 두 명 뿐인데 그 중 한 명은 외부 영입이다. 내부에서 제대로 육성한 타자가 노시환 단 한 명 뿐인 한화 얘기다.

완전히 바닥을 찍고 있다. 순위표에서 위치도 그렇지만 타격지표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잠실 두산전까지 팀 타율 0.214·팀OPS(출루율+장타율) 0.583으로 두 부문에서 압도적인 최하위다. 리그 평균 타율 0.256, 평균 팀OPS 0.693보다 한 참 모자란다.

팀 조정득점생산력(wRC+ 스탯티즈 참조)은 68.2. 이는 KBO리그 역사상 최약체로 꼽히는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wRC+ 79.0보다 못한 수치다. 다시는 나올 수 없고 나와서도 안 되는 기록을 한화 타자들이 만들고 있다.

타선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타율 0.316 OPS 0.855의 노시환, 타율 0.306 OPS 0.836의 채은성을 제외하면 타율 0.250 OPS 0.700 이상을 올린 타자가 없다. 그나마 외야수 이원석이 타율 0.224 출루율 0.406을 기록했으나 이원석 또한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면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즉 한화 라인업 9자리 중 노시환과 채은성을 제외한 7자리는 허수아비다. 공격에서 힘을 보태야 하는 1루수가 없고, 코너 외야수 타격도 채은성을 빼면 별볼일 없다. 공수겸장 센터라인은 제쳐두고 타격에서 장점을 보여야 할 포지션의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몇 년동안 꾸준히 변화를 주면서 리빌딩과 신예 육성을 외쳤는데 결과물이 없다. 노시환의 재도약 또한 구단 시스템이 아닌, 채은성으로부터 루틴과 훈련법을 전수받은 결과에 가깝다. 채은성은 노시환으로 하며금 맞히는 데 급급하고 삼진을 두려워했던 지난해의 모습을 지우게 만들었다. 더불어 캠프부터 자신과 함께 훈련하며 루틴을 새롭게 뜯어 고쳤다.

노시환을 제외한 젊은 타자들은 습관부터 잘못됐다. 타자들 다수가 의미없이 타석에 선다. 경기 흐름, 투수의 상태에 맞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휘두를지, 아니면 카운트 싸움을 길게 끌고 갈지 뚜렷한 방향이 없다. 늘 상대 투수에게 끌려가고 2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리면 어설픈 중타이밍 스윙을 하다가 허무하게 물러난다. 적극성이 결여된 타자는 절대 투수를 이길 수 없다.

한화는 2021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중심으로 외국인 코칭스태프 사단을 꾸렸다. 미국 유망주 육성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신예 선수들의 집단 도약을 기대했다. 그런데 도약은 커녕 퇴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2018년 입단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낸 정은원은 2021년에는 타율 0.283 출루율 0.407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향곡선이다. 2022년 타율 0.276 출루율 0.379였고 올시즌은 타율 0.209 출루율 0.287에 그치고 있다.

2021년 타격 파트를 담당했던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가 이듬해 미국으로 떠났고 이후 혼선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워싱턴 코치는 젊은 선수들에게 선구안과 자신의 타격존을 강조했다. 각자 스윙궤적을 인지하고 이에 맞춰 투수와 상대하는 것을 필수요소로 봤는데 타격코치 교체로 인해 이를 이어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타자가 1군 선수로 올라서려면 뚜렷한 방향 속에서 2000타석 이상이 필요하다. 반대로 방향이 정립되지 못하면 3, 4000 타석을 소화해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어떤 타자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임하는 맹훈련과 실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수진은 야수진보다 상황이 낫다. 하지만 이 또한 매시즌 최하위에 자리하며 행사한 최상위 지명권 덕분이다. 모두가 문동주, 김서현, 그리고 이듬해 한화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장현석 혹은 황준서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한화 구단 시스템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부러움의 대상은 영건들에게 한정된다.

드래프트를 아무리 잘 해도 육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당장 순위표에서 자리를 옮기지는 못해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야수 몇 명은 꾸준히 나와야 한다. 이대로라면 2025 신구장 시대의 시작도 어두울 수밖에 없는 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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