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지난 4월 22일이 둘리 40주년이었다. 긴 시간 여전히 사랑하고 아껴줘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변함없이 둘리를 사랑해주시면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한다.”(김수정 작가)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은 인기 만화 ‘아기공룡 둘리’가 오는 24일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대모험 리마스터링’(이하 ‘둘리’)으로 재탄생한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 4월호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둘리’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뒤 1996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해 당시 문화체육부 주관 ‘좋은 만화영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재개봉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해외에서 필름을 수급하는 등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 디지털 복원을 통해 재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원작자인 ‘둘리아빠’ 김수정 작가(73)는 8일 서울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시사회 뒤 취재진을 만나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작가는 “‘둘리’는 1996년 극장판 개봉 당시 당시 한국영화 랭킹 4위를 차지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라며 “당시 투자금을 갚기 위해 5년동안 빚을 갚았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만큼 ‘둘리’는 김작가에게 자랑스러운 훈장이자 ‘아픈 손가락’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둘리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IP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작가는 둘리의 여전한 인기에 대해 “특수한 캐릭터가 아닌 보편적인 우리네 삶을 투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둘리’의 집주인인 고길동이나 가수를 꿈꾸는 이웃청년 마이콜은 만화 속 배경인 쌍문동 주민들이 모델이다. 마이콜은 쌍문동에서 자취할 때 이웃집에서 노래 부르는 젊은 총각이 모델이었다. 고길동도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의 한국 남성 가장의 보편적인 모습을 그렸다. 둘리는 7살 전후 어린이들을 모델로 했다. 둘리 뿐 아니라 내가 그린 ‘오달자의 봄’이나 ‘7개의 숟가락’ 역시 사람들 사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린 시절 둘리를 보고 자란 이들이 지금은 고길동의 나이인 30~40대 가장이 되면서 “군식구 둘리를 거두는 고길동에게 감정이입하게 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작가는 “사실 작가인 내 입장에서도 둘리같은 동물이 갑자기 무단으로 들어오면 불편해 같이 못살 것 같다”며 “당시 둘리가 고길동 집에 머물기 위한 당위성으로 고길동의 조카 희동이를 설정했다. 고길동도, 길동의 아내 박정자도 키우지 못했던 희동이를 유일하게 둘리가 키웠다는 족쇄같은 고리를 만들어뒀다”고 설명했다.

김작가는 ‘고길동 스핀오프’를 만들어달라는 ‘둘리키즈’ 출신들의 요청에 대해 “현재까지 계획된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2009년 ‘둘리’ TV시리즈를 마친 뒤 계획했던 극장판이 무산됐는데 당시 시나리오로 출판만화를 준비 중이다. 빠르면 내년 께 출판될 것 같다. 그 작품 속에서 고길동의 역할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극장가가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과 ‘스즈메의 문단속’의 선전으로 애니메이션 붐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김작가는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쓰리고 죄책감도 느낀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작여건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며 “다만 한국 웹툰이나 웹소설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 시장으로도 옮겨오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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