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팀을 위기에서 진짜 구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김상식 전 감독이 자진 사임한 가운데 전북 현대는 새 사령탑 선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를 중심으로 구단에서도 여러 후보를 추천받으며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일단 전북은 외국인 감독을 최우선으로 삼아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구단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전북은 ‘빅네임’ 지도자를 선호한다. 한 관계자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수준의 지도자를 영입하겠다는 게 전북의 의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미지가 크게 무너진 만큼 이름 있는 지도자를 데려와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능력 있고 팀을 위기에서 구출한 능력 있는 외국 지도자가 오면 전북은 새로운 국면에서 반등을 노릴 수 있다.

문제는 전북이 원하는 수준의 실제적 능력이 있는 지도자가 K리그로 향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감독에게 K리그는 매력적인 무대가 아니다. 무직 상태에 있는 감독이라면 모를까 정말 탁월한 실력이 있는 지도자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2018년 국가대표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했던 김판곤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은 A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는 해외 지도자들 때문에 마음고생 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A대표팀도 그 정도면 K리그 클럽을 향한 시선은 어느 정도로 차가울지 짐작이 간다.

실제로 최근 한 에이전트는 최근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혹은 월드컵 4강권 A대표팀을 이끌었던 복수의 감독에게 전북행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모두 ‘No’였다. 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안했음에도 아예 관심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북이 아무리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구단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변방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진짜 능력 있는 외국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정과 시간을 보내야 할 전망이다. 박지성 디렉터의 네트워크와 식견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K리그라는 변방을 향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키는 박지성 디렉터가 쥐고 있다.

실력, 리더십을 뒤로 하고 무조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전제는 자칫 함정이 될 수 있다. 시즌 종료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시즌 초반을 지나 중반에 접어드는 시기다. 외국인 감독이 합류하면 선수 얼굴과 이름, 번호를 기억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각 선수의 기량과 장단점, 활용법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최근 K리그는 각 팀의 분석 수준, 감독의 전술 구축 능력 등이 향상하고 있다. 리그에서 상대할 11팀의 스타일이나 전술을 아예 모르는 외국인 감독은 대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이미 우승 경쟁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파이널A 진출마저 어려워지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K리그 주요 관계자들은 어설프게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국내 사정을 잘 알고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국내 사령탑을 선임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감독으로 노선을 확실하게 정했다면 이름값이 아닌 실제로 지도력이 있고, 팀에 확실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실력파를 선택해야 한다. 덜 유명하더라도 축구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지도자가 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전북의 미래를 결정한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아니면 또 다른 암흑기에 들어갈지 결정할 시기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