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푹 쉬었다. 컨디션도 좋다. 최대한 많은 홀을 끝내야 한다.”

‘한국의 욘 람’ 정찬민(24·CJ)이 또 한걸음 꿈에 다가섰다. 정찬민은 18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핀크스 골프클럽(파71·7326야드)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총상금 13억원) 첫날 ‘레전드’ 최경주(53·SK텔레콤),‘디펜딩챔피언’ 김비오(33·호반건설)와 한조로 출발했다.

이날 서귀포에는 강풍에 비가 내린데다 이른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몰려와 네 시간 늦게 경기를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자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져 페어웨이와 그린이 물에 잠기는 등 악조건이 이어졌다.

정오께 티 오프하려던 정찬민은 네 시간 늦은 오후 4시5분에서야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그는 “푹 쉬다 나왔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웃었다. 그는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잔여경기를 해야 한다. 체력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면 오늘 최대한 많은 홀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에도 이곳에서 치른 SK텔레콤오픈 때 비가 내려 김주형이 최종라운드에서 무려 33홀을 소화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강행군을 피하려면, 칠 수 있을 때 많은 홀을 소화해야 한다. 이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경기 진행이 더뎠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9일 잔여라운드를 치른 뒤 2라운드를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18일 오전 비예보가 있었지만, 이날 오후에는 사라진 상태다. 제주 날씨는 예단할 수 없으므로, 조직위원회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2021년의 경험을 살려 54홀로 축소하지는 않을 방침. 22일을 예비일로 잡아두는 초강수로 72홀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오픈이 예비일까지 이어지면 2014년 한국오픈 이후 9년 만이자 코리안투어 역대 두 번째 사례로 남게 된다. 대회가 하루 더 연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이는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인 최경주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해진 라운드를 모두 소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PGA투어 입성을 꿈꾸는 정찬민은 이런 최경주와 처음 함께 라운드한다. 국내 최고 장타자로 라이징 스타 대열에 오른 정찬민으로서는 최경주와 동반 라운드로 배울 게 상당히 많을 터. 그는 1라운드 출발 전 “최경주, 김비오 선배와 처음 플레이한다. 대선수들이어서 긴장도 되고 설렌다”면서 “두 분이 나를 잘 챙겨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경기할 것”이라며 웃었다.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기대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이상 타이틀 홀더라는 목표를 버릴 이유가 없다. 정찬민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자신있고, 우승을 했기 때문에 감이 좋은 상황이다.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1번홀(파4) 티샷에서 최경주는 드라이버로 253야드를 보냈다. 108야드를 남겨둔 세컨드 샷을 홀 2야드 옆에 세운뒤 버디를 낚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긴장했다”던 정찬민은 드라이버 티샷을 274야드 보냈다. 104야드를 남기고 한 세컨드 샷이 핀 우측 8야드 지점에 안착했는데, 버디 퍼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첫홀부터 세밀함에서 ‘레전드’에게 한 수 배우고 출발한 셈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