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보여주고 싶어요.”

39살에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다. ‘철벽 불펜’이다. 감독의 신뢰도 굳건하다. 자신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잘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SSG 노경은(39)이 주인공이다.

노경은은 올시즌 SSG의 핵심 불펜 자원이다. 마무리 서진용 앞에서 고효준과 함께 다리를 쌓아주고 있다. 그 다리가 ‘강철 다리’다. 프로 21년차로 불혹을 바라보는 선수지만, 실력은 나이와 별개다.

수치가 말해준다. 3일까지 26경기 28이닝, 4승 1패 1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61을 찍고 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74로 리그 전체 2위다. 1위가 서진용(1.82)이다.

불펜 투수 가운데 등판 경기수는 2위이고, 평균자책점은 9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야말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강의 39살이다.

김원형 감독의 극찬이 쏟아진다. “정말 너무 잘해주고 있다. 나도 최대한 관리를 해주려고 한다. 연투를 하면 무조건 쉬게 한다. 경기가 끝나면 따로 운동을 더 하고 집에 가는 선수다. 고효준도 그런다. 후배들이 보고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리어가 끊길 뻔했던 선수다. 2018시즌 후 FA가 됐으나 계약까지 이르지 못했다. 한 시즌을 날린 후 2020시즌 롯데와 계약하며 선수 생할을 이어갔다. 2021시즌을 마친 후 방출됐고, SSG와 계약했다.

‘신의 한 수’가 됐다. 2022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1경기에 나서 79.2이닝을 먹었고, 12승 5패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5를 찍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았다. 첫 경기에서는 0.2이닝 2실점이었지만, 이후 2.1이닝 무실점-1이닝 무실점(승리)을 만들며 팀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올해는 팀 내 선발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어서 오롯이 불펜으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불펜에서 노경은이 없으면 ‘큰일 나는’ 수준이다. 그만큼 활약이 좋다. 오히려 ‘너무 많이 나간다’며 걱정하는 팬이 많아진 상황이다.

노경은은 “체력은 전혀 문제없다. 특별히 관리를 하는 것보다, 매일 내가 해야 하는 운동이 있다. 그걸 안 빠지고 한다. 쉴 때는 또 쉰다. 팔 상태나, 몸 상태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해준다.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착실하게 한다. 힘이 떨어지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운동을 추가로 하는 이유도 있었다. “(고)효준이 형과 둘이 항상 가장 마지막에 간다. 정리 운동을 하는 것이다. 효준이 형은 웨이트로 근력을 채워주는 스타일이고, 나는 러닝을 통해 땀을 내서 젖산을 빼는 스타일이다”고 짚었다.

이어 “많이 뛴다. 러닝 머신 30분, 자전거 20분 이런 식이다. 그날 그날 다르다. 그리고 사우나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그러면 몸이 개운해진다. 얼마나 던졌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호투의 비결도 물었다. 의외로 단순했다. “진짜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한다. 생각이 많을수록 결과가 안 좋다. 내 경험상 그렇다. 코치님들도 ‘마운드에서 미트 보고 던져라’, ‘생각을 많이 하지 말아라’고 한다. 하면 할수록 생각이 없어진다. 전력 분석에서 데이터를 주민, 거기 맞춰서 실행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잘하고 있지만,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또 있다. ‘나이’다. 1984년생 3월11일생. 리그 전체로 봐도 최선참급에 속한다. 은퇴를 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 그러나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

노경은은 “비시즌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면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는 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꾸준히 한 것 같다. 매일 구장에 나와서 내 스케줄을 빠지지 않고 했다. 남들보다 몸도 빨리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있기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 먹은 선수를 대표한다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야구를 잘한 선수가 아니다. 오래 한 선수다. 아프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말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그게 맞다”고 했다.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과거에는 30대 중반이면 은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오래 야구를 하신 선배님들이 있다. 그 선배님들 덕분에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 같다. 나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또한 “후배들이 나 같은 상황이 되더라도, 경쟁력만 있으면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동기부여가 크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면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노경은은 “결국 결과가 나오니까 요즘 조금 주목을 받는 것 같다. 결국 프로는 결과 아니겠나.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알아주는 것이다. 결과를 내야 한다. 그것 하나 믿고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