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평가가 냉혹했다. 칭찬이 없었다. 오히려 논란이 잦았다. AOA 센터이자 통신사 광고 판넬로 ‘뒤태 여신’이라 불리는 설현의 인기가 연기 호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이돌 티를 벗어내지 못했다는 혹평도 있었다. ‘연기 잘 한다’는 칭찬에 갈증이 컸다.

KBS2 ‘내 딸 서영이’로 연기에 입문한 후 12년이 걸렸다. 드디어 설현을 대표할 만한 캐릭터가 나온 것. 디즈니+ ‘조명가게’ 지영이다. 밝고 명랑한 기존 이미지와 다르다. 화장기를 뺐다. 핏기도 생기도 없다. 덕분에 설현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설현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런 칭찬은 처음이다. ‘설현 나온다는 데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은 정말 짜릿했다. 제가 얼굴이 제법 알려졌는데, 못 알아챈 것 아닌가. 새로운 인물로 보인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조명가게 인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람과 귀신이 출몰하는 가운데 각 인물들의 사연을 알게 된다. 강풀 작가 유니버스 중 하나다. 호러로 시작해 휴먼으로 마무리 한다. 모든 사연이 풀어지면서 뜨거운 눈물을 터뜨리게 한다.

설현이 맡은 지영은 현민(엄태구 분)의 연인이다. 현민을 따라다니며 의문의 행동을 일삼는다. 가장 큰 감정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설현은 연기의 성장을 스승님 덕분이라고 했다. 배우 출신으로 연출을 맡은 김희원이다.

“김희원 감독님께서 ‘연기는 가치관이다’라고 해준 부분이 기억나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르게 해석할 것이라 했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연기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정말 많이 알려주셨어요.”

지영은 대체로 무표정이다. 귀엽지도 섹시하지도 않다. 음울하다. 하염없이 현민만 기다린다. 현민이 알아보지 못하자, 괴로움을 표출한다. 난해하고 어려운 장면이 많다. 놀랍게도 감정은 정확하게 전달됐다.

“예전에는 제 감정이 진심인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엔 보여지는 것에 집중했어요. 저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겼어요. 디렉션이 정말 디테일했어요. 3초 있다가 걷고 그러다 고개를 15도 올리고 눈 밑을 봤다가 다시 앞을 보는 형식이요. 그 과정 덕분에 제 모습이 지영과 더 닮게 됐나봐요.”

김희원 감독은 앞서 공식석상에서 설현을 두고 “촌스러운 시골여자”의 얼굴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로 정점을 찍은 설현에게 던진 표현은 파격에 가까웠다.

“제가 반짝 반짝 빛나는 화려한 이미지잖아요. 저보고 ‘배우로 각인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배우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 걸 알잖아요. 누구보다 제가 잘하길 바라셨어요. 그 진심을 알아서 더 고마웠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