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화낼 만했다.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은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 도중 크게 흥분했다.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던 3세트 상황이 문제였다.
GS칼텍스는 현대건설의 정지윤이 강한 스파이크 공격으로 점수를 낸 직후 버저를 눌러 포히트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심판은 가장 먼저 손에 맞은 양효진의 터치를 블로킹으로 간주했다. 이후 모마의 디그와 이다현의 토스, 그리고 이어진 정지윤의 공격을 정상적인 플레이로 판단했다. 반면 이 감독은 양효진의 터치가 네트 밑에서 이뤄졌다고 의심해 포히트라고 주장한 것이다.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이미 플레이가 종결된 상황이라 미들 랠리에 관한 판독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심판진의 결정이었다.
이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판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경기가 한참 동안 중단되었고,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실바가 이 감독에게 다가가 경기를 재개해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취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V리그는 이번시즌부터 미들 랠리 판독을 도입했다. 랠리 도중에 발생하는 상황을 확인하려면 볼 데드가 이뤄지기 전 버저를 눌러야 한다. 포히트 역시 미들 랠리 범주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포히트 판독을 위해 버저를 바로 누르는 게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예상해야 한다. 상대의 포히트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 그리고 심판이 반칙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미리 알아야만 공이 코트에 떨어져 점수가 인정되기 전에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네 번째 터치가 토스이거나 약하게 상대 코트로 공을 넘기는 게 아니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1일 남자부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은 같은 이유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 심판진이 받아들이지 않아 거세게 항의했다. 여자부 장면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같은 문제가 두 번이나 발생했다. 한국배구연맹도 26일 오전 빠르게 이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결론은 현재 기조 유지.
연맹 관계자는 “이영택 감독의 항의 내용을 이해한다. 내부에서도 굉장히 고심하고 결정했다. 다만 이미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는 부분”이라면서 “만약 이 판정 기조를 바꾸면 시즌을 치르는 동안 발생하는 여러 판정 상황에 관해서도 계속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이번시즌까지는 한 번 정한 판정 기조를 유지한 후 시즌을 마치면 다음시즌 변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맹이 기존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한 스파이크가 네 번째 터치로 의심되는 시점에는 물리적으로 볼 데드 전 부저를 누르는 것 자체가 어렵다. 게다가 미들 랠리 판독의 경우 요청한 쪽의 판단이 틀리면 실점하게 된다. 이 리스크를 안고 찰나의 순간에, 아주 빠르게, 예측에 예측을 거듭한 후 버저를 누를 팀은 없어 보인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