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한국 축구는 아르헨티나에서 좋은 지도자를 얻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배준호와 이영준, 이승원, 최석현, 김지수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뛰어난 선수들을 발견한 게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선수만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니다. 김은중 감독 역시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될 지도자로 급성장했다. 1979년생으로 40대 중반에 접어든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변신한 지 겨우 1년6개월 만에 월드컵 4강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쓰며 앞날을 더 기대하게 했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좋은 자질을 타고난 캐릭터다.

이번 U-20 대표팀은 흔히 말하는 ‘골짜기 세대’로 평가받았다. 4년 전 폴란드 대회 때와 비교하면 스쿼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16강 진출만 해도 성공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그만큼 김 감독은 엔트리 구성에 고민이 많았다. 사령탑에 오른 후 1년 가까이 김 감독은 전국을 다니며 팀에 보탬이 될 만한 선수를 찾는 데 주력했다. 대학 대회나 리그는 기본이고 프로 B팀이 출전하는 K4 경기까지 찾아다녔다.

축구 관계자나 에이전트 등에게도 적극적으로 발품을 팔아 월드컵 출전이 가능한 연령대 선수 중 괜찮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썼다. 심지어 해외 방문까지 스스로 일정을 짜며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차출 논의를 하기도 했다.

베트남이나 포르투갈,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원정 훈련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도 김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해외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이를 실현했다.

덕분에 선수들을 경험을 쌓은 채로 월드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꼼꼼하고 성실한 그의 기질이 월드컵 준비 기간 내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됐다.

대외적으로 보면 차분하고 침착해 보이는 김 감독은 ‘샤프’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면이 있는 지도자다. 팀의 리더로서 규율과 단체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마냥 편하게 자율을 보장하기보다는 팀 내에서 지켜야 할 리스트를 제시하고 선수단이 팀 분위기를 흐리지 않도록 ‘원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1월 경주에서 처음으로 소집할 때도 팀원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이야기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동안 필요할 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따뜻함과 예리함을 동시에 갖춘 지도자가 바로 김 감독이다.

전술, 전략적인 면모도 돋보인다. 김 감독은 부임 후 줄곧 이번 대회에서 활용한 4-3-3, 혹은 4-1-4-1을 기반으로 하는 포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길지 않고, 대표팀 특성상 훈련을 심도 있게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여러 전술을 사용하기보다는 하나의 무기를 집중력으로 날카롭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는 지략도 빛났다. 아시안컵, 아시아 대회에서는 주도권을 잡는 플레이를 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는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비적으로 무게를 뒀다 빠른 역습으로 기회를 잡는 방향으로 선회해 효과를 봤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김 감독과 협회의 계약은 종료된다. 1년6개월간 분주하게 달려온 김 감독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을 준비하게 된다. 앞으로 그에게 어떤 미래가 열릴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김 감독이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원이 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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