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천안=황혜정기자] “저도 언니들처럼 국가대표가 될래요!”

130~40㎝ 언저리의 작은 키, 조그만 목소리, 고사리 같은 손. 그런데 강속구를 쉽게 던진다. 지켜보던 ‘국가대표’도 “와~!”하고 탄성을 지를 정도다.

지난 17일 천안생활체육야구장에서 ‘여자야구 페스티벌 2023’이 열렸다. 이날 최고 이벤트는 바로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리틀야구단·주니어 여자야구단에서 뛰고 있는 여학생 선수들의 합동 연습경기였다.

국가대표와 유소녀·주니어 여학생들을 섞어 청·백으로 팀을 나눴다. 이날 백팀의 선발투수는 세종엔젤스 투수 선주하(초6). 백팀 일일 감독을 맡은 국가대표 투수 김보미는 막내를 과감히 선발로 내세웠다. 김보미는 “지는 별보다 떠오르는 별이 많이 나가야 한다”며 미소 지었다.

언니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등판한 선주하는 함께 호흡을 맞춘 국가대표 포수 이빛나의 세심한 리드 속에서 역투를 펼쳤다. 수줍음이 많은 선주하는 “국가대표 언니들 앞에서 공을 던지니까 너무 떨렸다. 앞으로도 야구를 계속해서 국가대표가 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팀은 강공으로 나섰다. 시작부터 백팀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대량 득점에 성공하자 청팀은 성동구 리틀야구단 최지안(초4)와 광주 광산구 리틀야구단 손단아(초5)를 연이어 등판시켰다.

자그마한 손과 발로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최지안은 “너무 재밌다. 또 오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단아는 KIA타이거즈 외야수 최형우와 인연이 있다. 바로 최형우 선수 아들과 함께 자주 노는 친구인 것. KIA타이거즈 경기를 종종 보러 오는 손단아는 “야구를 더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당차게 외쳤다.

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가 된다. 선례가 있다. 2023년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첫 발탁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컵(BFA)’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온 내야수 최드레(16)는 “내가 유소녀 때 국가대표 언니들을 보면서 너무 신기하고 멋지다는 생각 뿐이었다. 나도 꼭 저 자리에서 같이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그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까지 다녀오게 됐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최드레는 “이미 국가대표 자질이 보이는 유소녀 친구들이 충분히 많다. (선)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공이 너무 빨라 깜짝 놀랐다. 내가 저 나이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지금 실력이 충분하니 앞으로 야구를 꾸준히 해서 함께 국가대표로 뛰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일 홍콩을 격파하고 ‘2023 아시안컵(BFA)’ 동메달을 획득했다. 언니들의 선전에 동생들도 고무되긴 마찬가지. 선주하와 손단아는 “아시안컵 경기 결과를 계속 확인했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대표팀 선수단은 이번 아시안컵에 사활을 걸었다. 행여 부진하게 되면 여자야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까봐서다. 다행히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오는 8월 초 캐나다/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월드컵(WBSC)’ 진출권을 획득했다. 선수들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날만큼은 유소녀들과 즐겁게 연습경기를 펼쳤다.

국가대표 투수 김보미는 “일단 유소녀 친구들이 너무 귀엽다. 매년 느끼지만 매년 새로운 유망주들이 보인다. 그래서 여자야구의 미래가 참 밝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김보미는 “(이제 초6인 선)주하와 함께 국가대표로 뛰려면 내가 올해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 예고한 것을 번복해야 할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국가대표 포수 이빛나는 “매년 유소녀 친구들의 실력은 느는데, 연령대가 어려지고, 야구를 시작하는 여학생이 많아진다. 참 미래가 밝다”고 했다. 국가대표 내야수 이하형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면 기본기가 좋다. 부럽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때는 야구를 할 생각을 전혀 못했다. 이 친구들이 지원을 계속해서 받으면서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