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골든 타임’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응급 환자의 발생이나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뉴스 보도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이 언급되는 이 ‘골든 타임’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최소 시간을 의미한다. 이 골든 타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 이 골든 타임은 사고가 났을 때만 중요한 걸까.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거나 누군가 날 해치려고 할 때, 나를 지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은 과연 몇 분일까.

2020년 기사에서 재밌는 자료를 찾았다.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때까지의 시간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인천경찰이 3분53초를 기록해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당시 전국 평균은 5분5초로 인천 경찰은 무려 1분12초나 빨리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와, 그럼 인천에서는 시비에 휘말려도 4분만 버티면 경찰이 구해주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골든 타임이 4분일까. 여기에 맹점이 하나 있다. 경찰이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할 때까지의 시간이 약 4분이다. 그럼 누군가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시비가 붙는 즉시 혹은 누군가 나를 습격하는 즉시 신고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비가 붙으면 그 시비가 심각해질 때까지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기만 하다 신고할 수도 있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신고 자체도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누가 도와줄 때까지 버텨야 한다면, 무조건 4분 이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 운이 좋아 위험한 상황에 빠진 즉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다고 쳐보자. 자, 그럼 이제 4분을 버텨야 한다. 여기서 필자가 재밌는 테스트를 해봤다. 필자에게 무술을 배우는 수련생들을 상대로 시비 상황을 연출한 뒤 4분을 버텨보라고 한 것이다. 그나마 오랜 기간 배운 수련생들은 말로 회유하기도 하고, 붙잡기도 하고,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타격을 하면서 4분간 자신을 보호했지만, 대부분은 4분이라는 시간을 어려워했다.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4분 버티는 것도 힘들어한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지금 바로 팔굽혀펴기나 전력 질주를 3분간 해보자. 필자가 장담하건데 3분 동안 쉬지 않고 전력으로 팔굽혀펴기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겨우 4분만 버티면 돼?”가 아니라 “무려 4분이나 버텨야 한다고?”가 맞는 표현인 셈이다.

위 테스트는 조건이 굉장히 느슨했다. 이어서 상대를 다수로 만들어 테스트를 하자 그 누구도 4분을 버티지 못 했고, 한 수련생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격해 몇 초만에 상대들을 제압하는 것을 택했다. 최악은 상대가 흉기를 들고 있을 때였다. 초보 수련생에게 모형 나이프를 쥐여주고 격투 선수 생활까지 한 노련한 수련생에게 막아보라고 했는데 3초 동안 세 번 베이고 두 번 찔릴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

필자가 앞선 글들을 통해 상대가 흉기를 들었다면 방어할 생각을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라고 주장한 것을 뒷받침하는 테스트 결과였다.

결국 일상생활 준 누군가에게게 위협을 당할 경우 ‘골든 타임’은 몇 초, 길어야 1분 남짓일 가능성이 높다. 그 안에 스스로의 힘으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혹은 그나마 최악의 조건이 아니라면 경찰이 올 때까지 4분을 버틸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지금 호신술을 배우고 있거나 배울 생각이 있다면 ‘몇 초 안에 상황 정리하고 벗어나기’, ‘최소 4분 동안 버티기’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이와 함께 경찰분들의 출동 시간도 점점 더 빨라지길 기대해본다.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