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정다워기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4연패. 한국 여자배구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성적이다.
여자배구대표팀은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수원 VNL 3주 차 첫 번째 경기에서 불가리아에 세트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 패했다. 1~2주 차 8경기서 전패를 당한 한국은 대회 9연패를 당했다. 지난해 12경기 전패에 2021년 3연패 기록을 더하면 무려 24연패다. 냉정한 표현으로 ‘망신스러운’ 성적이다.
불가리아는 한국이 3주 차에 반드시 잡았어야 할 상대였다. 불가리아는 1~2주 차에 1승7패를 기록했다. 수원에서 만날 도미니카공화국(3승6패), 중국(6승2패), 폴란드(7승1패)와 비교하면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라 그나마 해볼 만한 팀이었다. 게다가 경기가 홈에서 열려 한국은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임했다. 분위기 싸움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나 기대와 달리 승리하지 못했다. 그나마 1~3세트엔 접전을 벌였지만 4세트엔 완패를 당했다. 높이나 수비 집중력, 공격의 파괴력 등 모든 면에서 불가리아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뒤에 만날 상대들의 전력을 고려하면 한국은 올해에도 12연패로 VNL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VNL 종료 뒤 진행되는 아시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예선,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경기 후 강소휘는 이례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난해에는 멤버가 많이 바뀌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연패를 당했다. 지난해보다 올해에는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은데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차이를 느껴 부끄러웠다”라면서 “국내에서 안일하게 배구를 한 것 같다. 배구를 더 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라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공격 측면에서 지난시즌과 비교하면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국제 수준이라는 맥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경쟁하기엔 부족함이 있다”라고 한국 배구의 현주소를 얘기했다.
여자배구는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성과를 바탕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관중은 늘어만 가고, 방송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 시청률은 무려 3.4%를 찍었다. 구단뿐 아니라 선수 개인 팬도 부쩍 늘어 ‘아이돌’ 대우를 받는 스타들도 늘어났다. 지난해 VNL에서 전패를 당한 여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인기, 흥행과 별개로 한국배구의 국제 경쟁력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김연경과 양효진의 은퇴 후 드러난 공백을 좀처럼 메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타고난 신체조건에서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강소휘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긴 한다. 신장 차이가 많이 나서 최선을 다해도 어렵다. 상대는 대충 하는 것 같은데도 차이가 많이 난다”라며 신장 차이가 확실히 국제 무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한국과 신체조건이 유사한 태국(2승7패)이나 일본(5승3패)은 VNL에서 한국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태국은 스피드, 일본은 수비력이라는 확실한 장점으로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강소휘의 말대로 지금까지 안일하게 대응한 한국 배구는 지난해, 그리고 올해 국제 대회에서의 처참한 성적으로 인해 확실하게 현실을 인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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