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고강도 훈련, 중요해요.”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9년 10월부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내뱉은 단골 멘트다. ‘고강도- 높게 강하게 도전하라’는 문구가 대표팀의 응원 슬로건이 된 이유다.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20일 개막하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반란을 꿈꾸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리는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독일컵 우승을 차지한 벨 감독은 아일랜드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아서도 호성적을 냈다. 뚜렷한 축구 철학을 지닌 그가 한국 지휘봉을 잡은 뒤 강조한 건 두 가지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쌓아야 할 ‘경험’과 90분 내내 상대를 높은 강도로 압박할 ‘체력’.
과거 여자대표팀 구성원 중에서는 첼시에서 뛴 지소연을 제외하면 대다수 선수가 외국 선수와 겨뤄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A매치 횟수도 적었다. 국제 경쟁력을 쌓기 위한 환경 자체가 지금보다 열악했다. 벨 감독은 이러한 부분을 대한축구협회(KFA)에 지속해서 강조했고, 근래 들어 여러 해외 팀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경험’을 쌓게 했다.
올 2월엔 아널드 클라크컵에 참가해 잉글랜드, 이탈리아, 벨기에 등 ‘강호’와 상대했다. 이외에 월드컵 본선에 가기까지 자메이카, 뉴질랜드, 잠비아, 아이티 등 다양한 대륙의 국가와 경쟁해왔다.
주장 김혜리는 “예전에는 평가전을 많이 치르지 못하고 월드컵에 나갔다. 국제대회에 나가서 선수들이 당황해하고 경험이 부족했던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유럽 팀과 대회를 치르는 등 많은 준비를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WK리그서 뛰는 대다수 선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은 벨 감독이 지향하는 고강도 훈련과 연결된다. 궁극적인 목적인 피지컬이 뛰어난 외국 선수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벨 감독은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고강도 훈련 중요해요”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대표팀은 체력 향상을 위한 셔틀런과 스프린트 등의 강도 높은 훈련을 지속했다.
고강도 훈련 내에서는 ‘회복 속도’가 중요하다. 스프린트와 스프린트 사이에 빠른 체력 회복 능력을 갖춰야 기복 없는 활동량을 경기 내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대표팀은 중국과 결승에서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앞섰지만 후반 내리 3골을 내줬다. 급격히 저하된 체력과 둔한 움직임이 패인이었다. 벨 감독이 입이 닳도록 ‘고강도 훈련’을 강조한 이유다.
그가 원하는 수준까지 레벨을 끌어올린 대표팀은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지소연은 “다른 대회보다 준비 과정이 좋다고 생각한다. 4년 동안 잘 준비한 것을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은 25일 H조 조별리그 첫 상대인 콜롬비아(25위)를 만난다. 이어 30일 모로코(72위), 내달 3일 독일(2위)을 차례로 만난다. 이전과 확실히 다른 준비 과정, 이제는 결과까지 챙길 차례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