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김)지찬이도, 나도 다 잘해야죠.”

삼성 2루수 자리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까. 김지찬(22)이 수비로 애를 먹는 사이 김동진(27)이 힘을 내고 있다. 그러나 김동진은 후배를 생각했다.

삼성은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의 호투와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5-1의 완승을 거뒀다.

중반까지는 팽팽한 흐름이었다. 삼성도, SSG도 잇달아 찬스를 잡았다. 삼성은 살렸고, SSG는 반대다. 삼성이 2회말과 6회말 1점씩 내면서 2-0으로 앞섰다. 이후 8회말 대거 3득점 하며 균형추를 확 기울였다.

김동진이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9번 타자 2루수로 나서 1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을 쐈다. ‘공포의 9번 타자’가 여기 있다.

2회말 2사 1,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날려 1-0을 만들었다. 1회말 1사 1루에서 득점하지 못하면서 살짝 흐름이 꼬일 뻔했다. 다음 이닝인 2회말 김동진이 풀었다.

6회말 추가점이 나왔고, 이것도 김동진이 했다. 1사 후 김호재가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상대 폭투 때 3루까지 갔다. 김동진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2-0으로 달아났다.

수비도 깔끔했다. 병살도 무리 없이 끌어냈고, 자신에게 향하는 타구들을 문제없이 처리했다. 공수 모두 인상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에 입단한 선수다. 고교 졸업반 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에 갔는데,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휴학했다.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을 중퇴했다. 독립리그를 거쳐 2021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삼성에 지명됐다.

육성선수로 시작해 2022시즌 5월 1군에 데뷔했다. 딱 5경기에 나섰다. 타율 0.250, OPS 0.750을 기록했다. 의지는 강했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한 모양새다.

올해는 다르다. 20경기에 출전했고, 66타수 21안타, 타율 0.309를 치고 있다. 시작은 백업이었지만, 김지찬의 부상 등으로 인해 선발 기회가 꾸준히 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경기 후 김동진은 “2회말 적시타 때는, 특별히 무언가 노린 것은 아니다. 내가 좌완에 약하다. 포인트를 앞에 놓고 치려고 했다. 6회말에는 주자 3루였고, 내야가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다. 오는 대로 치자고 생각했다. 맞히면 상황은 이뤄질 것이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신다. 오늘도 찬스에서 교체되지 않았다. 믿어주신 것 아닌가.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고 강조했다.

수비도 좋아졌다. 이유가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을 때, 수비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승패는 수비에서 갈린다. 야구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수비 생각만 한 것 같다. 덕분에 잘 움직이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지난해와 확실히 다르다. 김동진 자신도 느끼고 있다. “작년에는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각오가 과했고, 의욕만 넘쳤다. 올해는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더 집중한다. 긴장과 여유의 조화라고 할까, 그 부분을 조금 알게 된 것도 같다. 확실히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며 미소를 보였다.

떠오르는 선수가 하나 있다. 김지찬이다. 삼성의 주전 2루수다. 그러나 수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송구가 그렇다. 23일 KT전에서도 2-0으로 앞선 3회초 박병호의 타구를 잡은 후 송구 실책을 범했다. 김지찬 최대 약점이다.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에 대해 “아무래도 멘탈 문제라고 봐야 하는데, 너무 많이 이야기한 부분이다. 포구 실수는 문제가 안 된다. 송구 실책이 자꾸 나온다. 손주인 코치가 계속 지도하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25일 경기에 김동진을 선발 2루수로 냈다. 김지찬은 8회말 지명타자 김동엽 자리에 대타로 들어갔다. 지명타자이기에 9회초 수비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동진은 “(김)지찬이가 송구 미스가 있다고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말고, 더 잘했으면 좋겠다. 선의의 경쟁 아닐까. 누가 됐든 나가는 선수는 팀이 이기기 위해 잘해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찬은 삼성의 미래다. 김동진 또한 마찬가지다. 내야를 지켜야 할 선수들이다. 김지찬이 조금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김동진도 능력은 있다. 함께 발전하면 된다. 삼성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 단순한 이치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