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더할 나위 없었다. 특유의 송곳 제구를 펼쳐 보이며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4회까지 무결점에 가까운 피칭. 괴물의 귀환이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 불운과 마주했다.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36)이 4회까지 노히트 피칭으로 활약하다 타구에 맞고 교체됐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래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2개의 공을 던지며 4이닝 0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에서 드러나듯 최소 6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하지만 4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4번 타자 오스카 곤잘레스의 타구가 모든 것을 멈춰 세웠다. 강한 타구가 류현진을 향했고 오른쪽 무릎을 강타했다. 류현진은 균형을 잃은 상태로 타구를 잡고 1루에 송구해 4회를 마쳤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송구 후 류현진은 쓰러진 채 고통을 호소했다. 트레이닝 스태프와 코칭 스태프, 그리고 존 슈나이더 감독이 그라운드에 올라 류현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류현진이 부축을 받으면서도 걸어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토론토 구단 중계 방송 스포츠넷은 “아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증상은 일단 오른쪽 무릎 타박상”이라고 밝혔다.

부상 이전까지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특유의 스트라이크존 끝에 걸치는 포심을 마음껏 구사했다. 빅리그 기준에서 빠른 공은 아니지만 과감히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치는 포심을 던졌고 이후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자들의 시야와 타이밍을 흔들었다. 1회말 강타자 호세 라미레즈를 상대로 지난 복귀전에서 보여주지 못한 바깥쪽 꽉찬 컷패스트볼을 구사해 그라운드볼을 만들었다.

2회부터 포심 구속이 90마일 이상으로 형성됐다. 구속이 올라가니 체인지업이 더 살아났고 2회말 가브리엘 아리아스를 초구 포심 후 체인지업 3개로 삼진 처리했다. 4회말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볼넷을 범해 첫 출루를 허용했으나 안타는 없었다. 하지만 4회말 마지막 타자의 타구가 무릎을 향하는 불운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투구를 마쳐야 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계획대로 회복과 재활을 마쳤다. 30대 중반에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음에도 순조롭게 복귀 과정을 거쳤고 지난 2일 볼티모어를 상대로 14개월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섰다. 당시에는 5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는데 이날은 전성기 시절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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