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지난 26일 포에버 22 회원들과 미팅이 있었다. 모처럼 대구로 내려가기 때문에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성준 코치를 보기 위해 저녁 시간에 약속을 잡았다. 성준 코치는 야구인 후배 중에서 가장 아끼는 후배다.

53년이란 세월 동안 오로지 한길로 걸어오면서 수많은 야구인을 보고 만났다. 성준 코치는 경북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에 입단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오랜 시간 룸메이트 생활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준 코치의 성품을 알게 됐다.

그는 언제나 조용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학구파였다. 거기다가 성품 또한 유순하고 온화한 성격을 갖고 있어 선·후배들이 많이 좋아했고, 따르는 선수들도 많았다.

일본어와 영어를 꾸준히 독학했고, 실제로 현역 시절에 잦은 일본 스프링캠프 등을 통해 일본프로야구를 좀 더 가까이하는 혜택도 봤다. 한문도 많이 안다.

특히 야구에 대해 어느 선수들보다 뛰어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본인이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후배나 선배 가리지 않고 찾아가 궁금한 것을 꼭 알아내는 스타일이었다.

성준 코치의 연구, 노력하는 자세는 지도자가 된 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와 교감을 가지며 발전해 나가는 유형이다. 그랬던 성준 코치도 지난 2019년 시즌 끝으로 삼성에서 나와 2020년부터 수성대학교 야구부 투수코치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성준 코치는 뛰어나고 해박한 야구 지식뿐만 아니라 좋은 인품까지 갖췄다. 수성대학교 야구부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아니 현재 대학 야구에서 성준 코치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고,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

성준 코치가 프로구단도 아니고 아마추어, 그것도 대구에 있는 신생팀인 수성대학교 투수코치로 들어갔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만 해도 많은 생각을 했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준 코치의 유능함을 프로에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음에도 그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함에 있어 아주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수성대학교 투수코치로 있으면서 시간이 지나자 수성대학교 야구부도 조금씩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학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야구부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수성대학교 야구부는 아직 여러 가지로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다른 대학교 야구부처럼 전용구장을 갖춘 상태도 아니다. 그런데도 3년이 된 수성대학교는 서서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성준 코치하면 삼성 라이온즈 선수시절 ‘느림의 미학’으로 많이 알려졌다. 많은 야구팬은 성준 코치의 빠르지 않은 공에 긴 인터벌이 트레이드 마크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 면만 알고 있는 것이다. 성준 코치가 처음 1986년 삼성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그야말로 역동적인 투수였고,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였다. 리그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투수였다.

1986년에 삼성에 입단해 1998년까지 삼성에서만 뛰었고 마지막으로 1999년 롯데로 트레이드되어 1년을 더 뛰고 유니폼을 벗었다.

통산 100승에 딱 3승이 부족할 정도로 롱런했던 훌륭한 선수였다. 이런 훌륭한 후배가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후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 야구인 선배로서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평생 바른길을 성실하게 걸어온 성준 코치는 현역이나 지도자 시절처럼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변함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대로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