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끝없는 추락이다.

세자르 곤잘레스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이 수모 하나를 또 겪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년 연속 전패, 그리고 지난달 개막했던 202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4강에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떠안았다.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한 지난 1975년 멜버른대회 이후 48년 만이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베트남과 대회 첫 경기서 리버스스윕 패했다. 1, 2세트를 챙기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면서 무너졌다. ‘충격패’ 이후 대만과 두 번째 경기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진땀승하며 겨우내 대회 1승을 추가했지만, 8강 라운드 E조 1차전에서 만난 태국을 상대로는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4강행에 먹구름이 드리웠고, 현실이 됐다. E조 2차전에서 베트남이 호주를 셧아웃 완파하면서 한국의 4강이 불발됐다. 이로써 태국과 베트남, 그리고 F조의 중국과 일본이 4강 진출 팀으로 최종 확정됐다.

굴욕 그자체다.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지만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4강 단골손님이었다. 지금까지 4강에 오르면서 준우승 7회, 3위 10회, 4위 3회를 기록했다. 세자르 감독 역시 “4강이 목표”라고 공언했지만, 이제는 아시아무대에서조차 ‘변방국’으로 밀린 처지가 됐다.

FIVB 랭킹은 자연스레 하락했다. 한국이 첫 경기를 치를 당시 랭킹은 35위였다. 하지만 대회를 거듭할수록 한국은 랭킹 포인트가 깎였고, 4일 기준 37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그사이 베트남은 48위서 39위로 30위권대에 진입했다. 이미 한수위 전력으로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인 중국(5위)과 일본(8위)뿐 아니라 태국(14위)까지, 이제 한국이 넘볼 수 없는 상대가 되어 버렸다.

세계 배구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김연경과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이 국가대표를 은퇴한 후 줄곧 내막세를 걷고 있는 여자배구대표팀은 ‘세대교체’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챙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제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다가오는 항저우아시안게임도 장담할 수 없다. 2024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 역시 마찬가지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