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6명 중 안우진 제외 모두 외국인

상위 18명 중에서도 8명만 국내 투수

2008년, 상위 17명 중 14명이 국내 투수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 호투하고 있는 투수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다.

지난해 안우진(키움)과 김광현(SSG)이 마지막까지 평균자책점(ERA) 1위 경쟁을 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외국인 투수전이 됐다.

2021년엔 미란다(두산)가 ERA 2.33으로 1위에 올랐지만, 2위와 3위는 백정현(삼성)과 고영표(KT), 5위도 원태인(삼성)이었다. 국내 투수들이 선전한 셈.

그러나 올해는 1위부터 6위까지 안우진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 선수다. 페디(NC)가 ERA 2.21로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는 알칸타라(두산·2.29), 3위 안우진(2.39), 4위 플럿코(LG·2.41), 5위 뷰캐넌(삼성·2.69), 6위 후라도(키움·2.72)다.

12일 기준, 고영표(2.99)가 7위에, 원태인(3.11)이 8위에 올라있을 뿐이다. ERA 상위 18명 중 국내 투수는 8명에 불과하다.

2020년에도 외국인 투수전이었다. ERA 상위 20명 중 국내 투수는 6명에 불과했다. 특히 당시 ERA 상위 7명에 국내 투수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했다.

매년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19년 양현종이 ERA 2.29로 평균자책점왕을 차지했다. 당시 3위는 김광현(2.51)이었다. 2017년엔 장원준(두산)이 ERA 3.14로 피어밴드(KT·3.0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당시 4위는 차우찬(LG·3.43), 5위는 양현종(3.44)이었다. 양현종은 2015년에 ERA 2.44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에 ERA 상위 17명 중 14명이 국내 선수였다. 당시 상위 6명까지 모두 국내 선수였다(윤석민, 김광현, 봉중근, 채병용, 장원삼, 손민한).

평균자책점(ERA)은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지표인데, 여기서 국내 투수들이 점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시즌을 좌지우지 하는 건 외국인 선발투수다.

그 예로 NC 다이노스가 ‘에이스’ 에릭 페디를 데려오며 시즌 내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KT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쿠에바스를 재영입한 직후 반등에 성공해 어느새 리그 2위에 있다. KIA도 외국인 투수 2명을 전부 교체하는 모험을 강행한 끝에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평균자책점 1위를 노리고 있던 안우진은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고영표와 원태인은 1위 페디의 ERA 2.21과 거리가 멀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가 올 시즌 평균자책점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우진(24)과 원태인(23)을 제외하곤 젊은 피가 보이지 않는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올 시즌 잠재력을 만개한 나균안(25)과 LG로 트레이드 돼 온 최원태(26), 그리고 국가대표 투수 박세웅(28)이 그나마 20대 선수다.

올 시즌 ERA 상위 17명 중 김광현(15위·3.92), 양현종(16위·3.94)은 35세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엔 젊고 유능한 투수들이 많다. 이의리(KIA), 곽빈(두산), 문동주(한화), 구창모(NC) 등의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