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다. 주장단 교체와 더불어 내부 쇄신을 그리는 울산 현대 ‘홍명보호’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를 치른다.

울산은 19일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23~2024 ACL 조별리그 I조 1차전에서 빠툼 유나이티드(태국)를 상대한다.

패배를 모르며 올 시즌 K리그1 선두를 질주하던 울산은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다. 최근 리그 9경기에서 단 2승(3무4패)을 얻는 데 그쳤다. 여전히 리그 1위(승점 62)를 달리고 있지만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56)와 승점 차가 6으로 줄었다. 정규리그 3경기, 파이널 라운드 5경기가 남은 가운데 울산은 포항과 두 차례 맞대결도 예정돼 있다. 한마디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꼽히는 빠툼전은 최근 침체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승리 분위기로 전환할 기회의 장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

홍 감독은 지난 A매치 기간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주장단을 교체했다. 기존 주장 정승현과 부주장 이명재 이규성을 내리고 김기희와 주민규에게 각각 주장, 부주장을 맡겼다.

울산은 지난 6월 SNS 인종차별 사태와 주력 미드필더 박용우의 이적 이후 팀이 크게 흔들렸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장단을 비롯해 팀 내 핵심 자원이 팀을 바로 잡지 못했다. 특히 상반기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선두를 질주한 가운데 일부 선수는 나태해진 경기 자세로 팬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홍 감독이 끌고 온 ‘원 팀’ 문화도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감독은 이달부터 ACL 조별리그와 리그 막판 우승 경쟁을 병행하는 가운데 지난 A매치 휴식기에 여러 고민을 거쳐 쇄신책을 꺼내들었다. 분위기를 바꿀 마지막 기회로 보고 주장단을 바꿨고, 지난 16일 대전하나시티즌과 홈경기에서 A매치를 치르고 온 김영권 조현우 정승현 이동경을 선발진에서 뺐다. 정승현과 이동경은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골키퍼 조수혁부터 임종은, 김성준, 김지현 등 그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공수 자원이 모두 선발로 뛰었다. 비록 막판 바코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고, 주민규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1-1 무승부에 그쳤으나 모처럼 울산 전 선수가 간절한 마음을 품고 뛰었다. 울산 팬도 박수를 보냈다.

빠툼전에서는 기존 주력 요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비주전 요원이 지난 리그 경기에서 경쟁력을 발휘한 만큼 이들이 새로운 동기부여를 품고 뛰기를 바란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기본 철학을 유지하면서 팀 내 경쟁 구도를 새롭게 꾸리는 것이다.

홍 감독은 경기 하루 전 울산 동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빠툼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ACL을 통해 리그 역시 오름세를 타도록 하고 싶다. 내일 경기부터 수원FC, 포항전까지 좋은 흐름 가져가도록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ACL에서 빠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조호르(말레이시아)와 한 조에 묶였다. 통산 2회 우승(2012 2020)에 빛나는 울산은 홍 감독 체제에서 4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ACL 무대에서는 2021년 4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빠툼과는 2년 전 조별리그에서 겨룬 적이 있는데 두 차례 대결 모두 2-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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