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가장 중요할 때 최고의 피칭을 펼친다.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최근 상승세에 가속 페달을 밟은듯 또 다시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5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고 5년 연속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팀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매직넘버를 9에서 8로 줄였다.

켈리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9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5안타 0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켈리는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몸쪽 승부를 펼쳤다. 꾸준히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포심 외에 투심, 슬라이더, 커브를 다양하게 구사해 범타를 만들었다. 경기 중반 KT 타자들이 몸쪽을 의식하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하는 등 영리함이 돋보이는 피칭을 보였다.

켈리 호투를 앞세운 LG는 KT에 4-0으로 승리하며 시즌 전적 79승 48패 2무가 됐다. 80승 선점을 눈앞에 뒀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경기 초반 잔루가 많으면서 쫒기는 경기가 되었는데 득점이 필요할 때 문성주의 컨택플레이와 홍창기의 좋은 스타트로 홈에서 세이프가 돼 전체적인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추가점이 필요할 때 추가점이 나와주며 승리할 수 있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켈리가 공격적인 투구로서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칭찬하고 싶고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고 켈리의 활약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평일 낮경기임에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은 켈리와 취재진 일문일답.

-많은 것을 달성한 오늘 경기다. 먼저 매직넘버가 8로 줄었고 5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평균자책점도 5년 연속 3점대 이하를 바라본다. 소감은?

굉장히 기분이 좋다. 시즌을 돌아보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몇가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을 믿었다.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 부분들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 기록들을 달성할 수 있어 행복하고 지지해주신 분들께도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더블헤더 1차전 선발 투수로서 7이닝을 소화한 것도 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1차전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마음이 컸을 것 같다.

그렇다. 불펜 투수들을 최대한 세이브해주고 싶었다. 2차전도 우리가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내 목표였다. 그래서 최대한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다. 목표를 달성했고 2차전 팀에도 보탬이 돼 만족스럽다.

-모든 승리가 의미있지만 오늘 10승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어쩌면 이번 승리가 올시즌 지금까지 승리 중 가장 달콤한 것 같다. 기록을 달성한 것도 좋지만 기록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동료들이 한 점씩 내준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고 최대한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것을 실행하려고 했다.

-염경엽 감독이 포스트시즌 1선발로 유력하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등판 확률이 높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누구보다 한국시리즈 무대를 바란 선수로서 1차전 선발 등판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어떤가?

정말 놀랍고 멋진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그만큼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으신 것이니까 선수로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아직 이르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가게 된다면 당연히 책임을 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정말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가면 신나고 기대되고 행복할 것 같다.

-시즌 중반 교체 얘기도 나오고 힘든 시절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했고 어떻게 극복했나?

감사하게도 구단에서는 나를 끝까지 믿어주겠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믿음을 줬다. 그리고 내가 한글 기사를 잘 못 읽는 것도 도움이 됐다(웃음). 사실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야구장에서 훈련하고 경기 준비하는 데에만 더 충실하기로 했다. 살다보면 일이 잘 안 될 때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다시 잘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내가 할 일에 집중했다. 구단이 끝까지 나를 믿어준 덕분에 지금과 같은 순간도 있을 수 있었다.

-오늘 경기 포함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구위와 커맨드 모두 정말 뛰어나다. 한국에서 뛴 5년을 돌아봤을 때 지금 투구가 최고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나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안 좋았을 때는 볼넷이 많았다. 그만큼 커맨드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경기에서는 볼넷을 많이 내주지 않는다. 커맨드를 시작으로 구위도 찾았고 만족스러운 투구를 하고 있다. 지금 내 모습에 만족하며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생각한다.

-수싸움도 굉장히 좋다. 몸쪽을 공략하다가 KT 타자들이 몸쪽에 대처하려고 하니 이를 역이용했다. 박동원 선수의 도움도 받은 것 같은데 비결을 알려달라.

기본적으로 박동원 선수와 계속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늘 타자와 세 번째 승부에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오늘도 이게 잘 통했다. 박동원 포수가 타자들의 노림수를 잘 캐치해줬고 나 또한 이를 신경 쓰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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