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오싱=김동영기자] “동료들 조언 덕분입니다.”

그렇게 침묵하던 ‘천재’ 강백호(24)가 마침내 터졌다. 시원한 적시타를 날리며 침묵을 깼다. 한국 야구 대표팀도 웃을 수 있게 됐다.

강백호는 3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센터 제2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 라운드 최종전 태국과 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렸다.

강백호의 이번 대회 첫 안타다. 1일 홍콩전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에 그쳤고, 2일 대만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홍콩전에서는 3회말 큼지막한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상대 호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대만과 경기에서도 안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상대 수비에 막혔다.

‘뭔가 안 풀린다’는 인상이 짙었다. 강백호 스스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대만전에서는 크게 낙담하는 모습도 보였다.

태국을 상대로는 달랐다. 4번을 치다 6번으로 내려와 경기에 나섰다. 사실 출발이 좋지는 못했다. 1회말 2사 2루에서 첫 타석을 치렀다. 상대 느린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뭔가 힘이 잔뜩 들어간 모양새. 잘하고자 하는 의지는 엿보였으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3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수뜬공으로 돌아섰다.

4회말 마침내 터졌다. 팀이 10-0으로 앞선 상황이었고, 주자는 2,3루였다. 여기서 깨끗한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주자 2명이 모두 들어오며 12-0이 됐다.

강백호의 이번 대회 첫 안타. 10타수 무안타에서 11타수 만에 안타가 나왔다. 타석으로 보면 12타석 만에 터진 안타다.

경기 후 강백호는 “어제 대만전 결과가 좋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나오지 않았다. 아직 기회는 있다. 우리 선수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하겠다. 국민과 팬들이 응원해주신다. 꼭 좋은 성과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4번 타자로 나섰는데 부진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큰 짐을 줄 것 같다. 선수들도 내 걱정을 많이 해줬다. 안타가 나온 순간 기분 좋았다. 현장에 오신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이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잘 풀리지 않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열심히 노력했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아쉽게 나오니 정말 많이 분했다. 그 분함을 이른 시점에 겪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 보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결승은 꼭 가야 한다. 대만이든, 일본이든, 혹은 다른 어느 팀과 붙든 우리가 웃을 수 있게 하겠다.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사실 이날 강백호는 전과 다른 모습도 보였다. 타석에서 그랬다. 기본적으로 배터 박스 가장 뒤에 발을 대고 타격을 준비한다. 선을 밟고 있다.

이날도 시작은 같았다. 그러나 이후 위치를 바꿨다. 한두 족장 정도 앞으로 나왔다. 태국 투수의 공이 느리기에 앞에서 쳐도 문제는 없다. 상황에 맞는 타격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잘 맞지 않으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간절함도 섞였다.

강백호는 “동료들이 내 걱정을 많이 했다. 여러 피드백을 줬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 안타를 하나 치게 됐다. 결과가 나왔다. 오늘을 계기로 더 좋아지겠다. 다음 경기, 다다음 경기, 더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국 강백호가 해줘야 한다. 막차로 탑승한 윤동희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노시환-문보경 등도 좋다. 테이블 세터 김혜성-최지훈도 잘하고 있다. 강백호가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

6번으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강백호는 갱백호다. 류중일 감독은 6번 타순을 중시하는 사령탑이기도 하다. ‘폭탄 타순’이라 한다. 6번에서 찬스가 제법 걸리는 편이다.

강백호가 꼭 4번이 아니어도, 6번에서 ‘폭탄’이 되면 최상이다. 이제 안타 하나 나왔지만, 단순한 1안타가 아닐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