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오싱=김민규기자] “정말 꿈만 같다. 형들이 잘끌어주고, 후배들이 패기로 똘똘뭉쳐 이뤄낸 금메달이다.”
목이 다 쉬었다. “경기 중에 소리를 너무 질렀다”며 웃는 강백호(24·KT)는 “지금 이 상황이 거짓말 같다”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도쿄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미운털이 박혔고, KBO리그에서도 크고작은 부상 탓에 슬럼프에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고 불운도 잇따랐다. 이 모든 고난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지나가자 찬란한 금빛 메달이 목에 걸렸다. 강백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꿈만 같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7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대만과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대표팀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 모두 너무 잘해줘서 꿈 같은 결과를 안았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얻은 첫 우승. 그는 “젊은 선수들이 모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회를 치른 건 처음이다. 얘기도 많이했고, 잘하자는 다짐도 했다. 첫패 (조별리그 2차전 대만전)했을 때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선수들끼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팀을 위해 고생해준 (김)혜성이 형, (박)세웅이 형 등이 없었더라면 (분위기 반등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형들이 끌어주고 젊은 선수들이 패기로 뭉쳐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9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김혜성의 센스 만점 플레이로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에 “한국 최고의 마무리가 마운드에 있었기 때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강백호는 “대한민국의 자랑인 문동주가 너무 잘 던졌다. (문)동주를 포함한 투수들이 오늘 너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날 금메달 획득으로 태극마크와 악연을 잘라냈다고 밝힌 강백호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대표팀에 와서도, 오는 과정도, 내 딴에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이 상황이, 거짓말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경기 전에 ‘욕은 내가 먹을테니까, 더 패기있고 좋은 모습 보여달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했다. 그래서 그냥, 정말,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재’가 잃었던 미소를 되찾았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