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빅리거 생활에 날개를 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리고, ‘임시 주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의조(노리치시티)의 연속골을 더한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A매치 2연승에 성공했다. 안방에서는 출범 이후 첫 승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 A매치 평가전에서 4-0 대승했다.
사타구니 부상 여파를 안은 ‘캡틴’ 손흥민이 벤치에 앉은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은 최전방에 조규성을 뒀다. 좌우 측면엔 황희찬과 이재성을 배치했고, 기존 2선 중앙에서 프리롤 구실을 한 손흥민 대신 이강인을 기용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홍현석과 박용우였다. 애초 황인범이 출격할 예정이었으나 워밍업 중 내전근에 이상을 느껴 홍현석이 선발로 나섰다. 포백은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주장 완장은 김민재가 달았다.
튀니지는 엘리아스 아슈리와 유세프 므시크니, 2003년 맨유 소속인 한니발 메지브리가 공격진에 배치됐다.
알리 말룰과 와즈디 케슈리다가 좌우 윙백으로 나섰고, 엘리에스 스키리, 아이사 라이두니가 허리를 지켰다. 최후방 스리백은 알리 압디~몬타사르 탈비~야신 메리아가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아이멘 다흐엔에 꼈다.
한국은 초반 10분간 튀니지의 파이브백 방어에 황희찬, 이재성 등 측면 공격수의 전진이 여의찮았다. 이강인이 내려와 공을 받고 탈압박하면서 기회를 모색했지만 튀니지의 후방 수비는 견고했다. 그러자 이재성과 이강인이 위치를 바꿨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여러 차례 탈압박을 시도하면서 튀니지 수비를 분산하고자 했다.
답답한 공격 흐름을 깬 건 전반 20분 김민재의 침투 패스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튀니지 수비 뒷공간을 찌르는 패스를 넣었다. 황희찬이 이어받아 돌파를 시도, 낮게 크로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공은 튀니지 수비수에게 걸렸다.
한국은 1분 뒤 조규성이 튀니지 수비 실수를 틈 타 공을 따낸 뒤 오른발 슛을 때렸다. 공은 골문을 벗어났지만 한국의 첫 슛이었다. 전반 23분엔 이기제가 공격에 가담해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품에 안겼다.
움츠리던 튀니지도 반격했다. 전반 38분 케슈리다가 공격으로 올라선 뒤 메지브리에게 패스했다. 이어 스키리를 거쳐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라이두니가 오른발 논스톱 슛을 때렸다. 그러나 공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2분 뒤엔 메지브리가 빠르게 공격으로 올라섰는데 김민재가 특유의 강력한 대인 방어로 돌려세웠다.
한국이 전반 내내 볼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튀니지를 공략했지만 더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들어 튀니지도 공격으로 올라올 땐 속도를 냈다. 후반 1분 한국은 위기를 맞았다. 튀니지의 역습 상황에서 메흐브리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낮고 강하게 크로스했다. 공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으로 흘렀는데 아슈리가 오른발 논스톱 슛을 때렸다. 다행히 공은 골문 위로 떴다.
상대 그물망 수비에 답답한 공격 흐름을 이어간 한국은 후반 8분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튀니지 수비로부터 프리킥을 얻어냈다. 기어코 그의 발끝에서 첫 골이 만들어졌다. 정교하게 왼발로 감아 찬 이강인의 슛은 튀니지 오른쪽 골문을 갈랐다. 이강인의 A매치 데뷔골이기도 하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후반 12분 다시 한 번 이강인의 개인 전술이 빛났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을 따낸 그는 수비수 야신 메리아를 제치고 정확한 왼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5만9018명이 몰려든 상암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튀니지는 만회골을 위해 올라섰지만 오히려 한국이 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이강인의 킥이 시작점이었다. 그가 왼발로 감아찬 공을 공격에 가담한 김민재가 수비 견제에 뒤로 물러나며 헤더 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메리아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세 번째 득점 이후 황희찬과 조규성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정우영과 황의조를 투입했다. 튀니지도 교체 카드를 통해 추격 속도를 냈다. 그러나 김민재가 이끄는 한국 수비진은 흔들림 없이 맞섰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35분 홍현석과 설영우를 빼고 이순민, 김태환을 각각 투입했다.
튀니지는 교체 요원인 함자 라피아가 후반 40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다. 그러나 공은 다시 골문 위로 떴다.
한국은 후반 44분 김태환의 오른쪽 크로스 때 정우영이 공을 이어받아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을 시도했는데 골문 밖으로 물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막판 이강인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문선민을 집어넣었다. 관중은 기립박수로 이강인에게 환호했다. 이날 벤치에 앉은 손흥민은 그를 안아주며 격려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역습 기회에서 황의조가 뒷공간을 파고들어 오른발로 팀의 네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는 그는 모처럼 안방에서 골 맛을 봤다.
결국 한국은 네 골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홈 팬 앞에서 대승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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