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KBS 박민 사장이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박민 사장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경영정상회를 위한 임원임금 삭감, 일부 보도 프로그램 책임자들의 인사단행 경위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박민 사장을 비롯해 이춘호 전력기획실장,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박민 사장은 “KBS는 지난해 7000억원의 수신료를 받았지만,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해 100억원에 이르는 적자에 이르렀고, 올해는 800억 적자가 예상된다.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원들의 임금 30%를 삭감하고 나머지 간부들도 동참하는 방안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명예퇴직을 통해 역삼각형 구조의 조직을 개편하겠다. 제작비 낭비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능력 있고 검증된 연출자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예산과 수익구조를 자세히 검토해 효율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기둥 뒤 직원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사장은 지난 13일 취임하자마자 일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박민 사장은 보도본부장과 본부장과 센터장, 실·국장, 부장급 간부, ‘KBS 뉴스광장’, ‘KBS 뉴스라인W’, ‘KBS 뉴스 12’ 등의 진행자를 교체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보수 우파 언론 및 시민들로부터 ‘편파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민 사장은 “4100명 정도 되는 KBS 직원을 적재적소에 파악해서 인사했다면 거짓말이다. 본부장을 중심으로 인사를 하도록 했다. 실제로 각 본부 인사에 대해서 개입한 것은 없다. 이렇게 인사를 해야 본부장이 책임과 지위, 권한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KBS 2022년 대통령 선거 직전 화천대유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 2021년 4·7 재·보궐 지방선거 직전 오세훈 서울시장 생태탕 보도 등을 거론하며 “KBS 뉴스는 지난 몇 년간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TV나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손을 들어주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공정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는 업무에서 배제하고 엄정하게 징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 진행자 교체에 대해서는 “KBS 보도나 일부 프로그램이 공정성 부분으로 지적받았고 위기를 맞게 됐다. 본부장 인사를 하고 나서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점검해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적당한 대책을 협의해서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에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해명했다.

박민 사장은 1992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았다. KBS출신이 아닌 이가 KBS 사장이 된 건 2003년 정연주 전 사장 이후 20년 만이다.

박민 사장은 방송인으로서 경험도 없고 경영을 온전히 책임진 적도 없어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2008년부터 방송경력자 7명이 사장을 맡았지만 위기를 맞았다. 지난 15년 동안 KBS 매출은 1조5000억 박스권을 맴돌았다. 파괴적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대처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위기의 본질은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가 외풍을 막고 KBS의 토대를 건재하고 나면 정말 방송 전문인들이 와서 미래의 미디어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방송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박민 사장의 임기는 김의철 전 KBS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4년 12월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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