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다음엔 당연히 받으러 오는 선수가 되길.”
NC 박건우(33)가 6년 전의 ‘한’을 풀었다. 당당히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내심 조마조마했던 모양이다. 더 확실한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후배 박찬호(28·KIA)도 살뜰히 챙겼다. 진한 가족 사랑까지 내비쳤다.
박건우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외야수 부문은 포지션 무관하게 3명을 뽑는다. 총 291표 가운데 홍창기가 258표(88.7%)를 얻었고, 구자욱이 185표(63.6%)를 받았다. 이어 박건우가 139표(47.8%)의 득표율로 수상자가 됐다.
2023시즌 박건우는 130경기, 타율 0.319, 12홈런 85타점, 출루율 0.397, 장타율 0.480, OPS 0.877을 올렸다.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보면 4.25로 외야수 전체 4위다. 종합 공격 지표인 wRC+(조정득점생산력)는 148.0에 달한다. 외야수 전체 3위다. 박건우가 있어 NC도 최하위 후보라는 평가를 깨고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골든글러브 수상은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박건우는 “기대하고 오지 않았다. 6년 전 실망감을 느끼며 돌아간 적이 있어서 그렇다”며 멋쩍게 웃었다.
2017년 그랬다. 당시 131경기, 타율 0.366, 20홈런 78타점, 출루율 0.424, 장타율 0.582, OPS 1.006의 기록을 일궜다. WAR 7.01로 외야수 전체 2위, wRC+ 163.8로 역시 외야수 전체 2위에 자리했다.
그런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다. 논란이 일었다. 박건우는 “골든글러브는 꼭 받고 싶었다. 받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솔직히 6년 전에는 내가 받을 줄 알았다. 이번에 받았는데, 정말 멋있어 보인다”며 웃었다.
이날 시상식장에는 6년 전 자신처럼 그냥 왔다가 돌아간 선수가 또 있었다. 박찬호다. 유격수 자리가 ‘격전지’라 했고, 오지환이 수상자가 됐다. 오지환이 154표, 박찬호가 120표. 겨우 34표 차이였다.
박찬호는 “올 생각은 없었는데, 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라. 2등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왔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우상인 선배와 끊임없이 언급된 것만으로도 참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2023년 박찬호는 130경기, 타율 0.301, 3홈런 52타점 30도루, OPS 0.734를 기록했다. 오지환은 126경기, 타율 0.268, 8홈런 62타점 16도루, OPS 0.767을 만들었다.
WAR에서 오지환이 3.89로 1위, 박찬호가 3.69로 2위다. wRC+는 오지환이 121.9, 박찬호가 108.4를 생산했다. 오지환이 아무래도 더 나은 지표를 생산했다고 봐야 하지만, 박찬호도 자격은 충분했다.
박건우는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박)찬호는 아직 어리다. 분명 기회가 온다. 자극제로 삼았으면 좋겠다. 훨씬 더 잘해서 만장일치로 수상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 ‘수상자는 당연히 나’라고 생각하면서 오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며 격려했다.
또한 “나도 마찬가지다. ‘경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내 포지션에서는 ‘당연히 박건우가 받는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그렇게 내년에도 받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더불어 이날 박건우가 “꼭 써달라”고 한 말이 있다. 부모님이다. “내가 통산 안타를 1300개 넘게 쳤는데 우리 부모님은 진짜 단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보셨을 것이다. 너무 감사하다. 인터뷰하면서 고마움을 표현한 적은 있지만, 큰 무대에서 정말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 말을 많이 아꼈다. 남은 인생 부모님을 위해 야구하고 싶다고 정말 말씀드리고 싶었다. 너무 사랑하고, 너무 존경한다. 우리 부모님은 특별하다. 항상 제일 생각나는 사람이 부모님이었고, 가장 기댈 수 있는 것도 부모님이었다. 그냥 너무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