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확답은 못 한다. 대신…”

2024년 이정후(26)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를 누빈다. KBO리그에 누구보다 메이저리그(ML)를 잘 아는 선수가 있다. SSG ‘캡틴’ 추신수(42)다. 미국 세월만 20년이다. 이정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추신수는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2024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현역 마지막 시즌이다. 바다 건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후배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일본 선수도 마찬가지다. 가서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신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어떤 선수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본다.” 빅리그 올스타의 시각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7년간 884경기에 나섰다. 65홈런 515타점에 타율 0.340을 찍었다.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이다. 타율-출루율-장타율 3-4-5에 가까운 타자다. MVP 타이틀도 품었다.

성적은 빅리그에 도전한 바탕이다.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78억원)를 쐈다. 입단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야말로 화려한 입성.

추신수는 “당장 ‘이정후가 잘할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메이저리그는 (기량) 평균이 너무 높다.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많다. 레벨을 나누기도 어렵다. 다 잘한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이정후를 봤다. 느낀 점은 있다. 타석에서 하는 행동, 침착함, 스타성, 인성 등을 봤다. 그 어떤 선수들보다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비교해 ‘고교 졸업 후 미국 직행’ 케이스가 줄었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후 넘어가도 1억 달러를 받는 시대가 됐다. ‘굳이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추신수는 “장단점이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나가면 아무래도 힘들다. 생활 자체가 아예 다르다. 무인도에 혼자 있는 것 같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얻은 것도 있다. “마이너리그 7년 동안 선수를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마이너리그에서 쌓는 정이 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KBO리그에서 뛰고 7년 후 포스팅으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빨리 나가서 미국 문화를 배우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내가 한국에서 먼저 뛰고 나갔다면, 텍사스 시절처럼 리더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미국은 마이너를 거쳐 올라온 선수들을 존경해준다”고 덧붙였다.

대신 KBO리그 출신은 존중받는다. KBO리그 출신으로 현지에서 성공한 선수를 꼽자면 단연 류현진이다. 사이영상 2위까지 올랐다. 4년 8000만 달러라는 거액 계약도 맺었다. 다시 프리에이전트(FA)가 됐다. 여전히 현지에서 인기가 많다. 오승환(현 삼성) 김광현(현 SSG)도 세인트루이스에서 잘했다. 투수들은 대체로 괜찮았다.

야수는 살짝 아쉬움이 있다. 좋았던 강정호는 불미스러운 일로 안 좋게 끝났다. 박병호도 부진 끝에 돌아왔다. 황재균도 1년을 보낸 후 복귀했다. 그나마 김하성(샌디에이고)은 확실히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며 미친 수비력을 뽐냈다. 2023년 골드글러브까지 품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내야수 최초다. 이정후가 뒤를 잇는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