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오른 무릎은 물론, 종아리와 허벅지에까지 칭칭 붕대 테이핑을 하고 나왔다. 그런데도 ‘셔틀콕 천재’의 기량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기록들을 깨 가면서 새로운 안세영을 만들겠다”며 새해 목표를 밝혔던 안세영(22·삼성생명). 새 시즌 그의 독주가 다시 시작됐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은 14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악시아타 아레나에서 계속된 2024 말레이시아오픈 마지막날 여자단식 결승에서 4위 대만의 타이쯔잉(30)한테 2-1(10-21, 21-10, 21-18)로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7분간의 접전이었고,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3개월 만에 정상 등극 기쁨을 맛봤다.

말레이시아오픈은 새 시즌 개막을 알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로 가장 등급이 높은 슈퍼 1000 시리즈. 여자단식에는 안세영 등 이른바 ‘빅4’가 총출동해 이번 우승은 더욱 뜻깊었다.

안세영은 이날 첫 게임 초반 3개의 긴 샷이 밖으로 나가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스매시와 상대 범실로 2-3으로 쫓아갔고 예리한 각도의 스매시 잇단 성공으로 4-5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랠리 싸움에서 밀리며 5-11, 6-13, 7-18, 9-19 등으로 점수 차가 벌어졌고 결국 첫 게임을 13분 만에 10-21로 무기력하게 내줬다. 코트에 부는 에어컨 바람으로 셔틀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패인이었다.

안세영은 두번째 게임에서는 자신감을 되찾고 철벽수비와 고비마다 터지는 스매시로 5-2, 7-2, 10-5, 11-7, 14-8, 17-9, 19-9 등으로 시종 우위를 보였고 21-10으로 마무리했다.

세번째 게임에서 안세영은 1-3, 2-4로 뒤지다 4-4, 5-5를 만들며 승부에 균형을 맞췄고, 7-5, 9-7, 11-9, 14-12, 16-12, 18-13, 19-15 등으로 앞서 나갔다.

19-16에서 무릎 테이핑이 흘러내려 메디컬 타임 아웃을 부르기도 했으나, 21-18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날 4강전에서 안세영은 17위 중국의 장이만(27)을 2-0(21-17, 21-11)으로 완파한 바 있다. 타이쯔잉은 4강전에서 2위 중국의 천위페이(26)를 2-1(17-21, 21-15, 21-18)로 꺾었으나 안세영한테는 역부족이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상대전적에서 타이쯔잉에 11승3패로 앞서게 됐다.

안세영은 불과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16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3 BWF 월드투어 파이널(시즌 왕중왕전) 여자단식 4강전에서 타이쯔잉한테 1-2(21-19, 15-21, 20-22)로 당한 패배도 말끔히 설욕하며 포효했다.

경기 뒤 김학균 한국팀 총감독은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첫 게임 안세영의 체력소모가 적었던 게 승인이다. 코트내 부는 바람이 첫 게임에서 안세영한테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2게임에서 타이쯔잉도 마찬가지였다. 종전 기량을 되찾아 새해 첫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서는 세계 7위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이 2위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30)-히가시노 아리사(28)한테 37분 만에 0-2(18-21, 15-21)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첫 게임 4-4, 6-6으로 팽팽히 맞서다 이후 내리 3점을 내주며 뒤지기 시작했고, 추격전을 벌이며 16-16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4점을 연이어 허용하며 격차가 벌어졌고, 3점 차로 첫 게임을 내줬다.

두번째 게임에서는 시종 일본의 공세에 밀리며 한번도 우위를 잡지 못하고 6점 차로 패하고 말았다. 그동안 상대전적 3전 전승으로 앞서고 있던 김원호-정나은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6월 타일랜드오픈 우승 이후 7개월 만의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