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 기자] “네 몸쪽 승부할 겁니다.”
당당했다. 자신의 장점을 프로 무대에서도 거침없이 발휘할 것을 다짐했다. 프로 최고 투수들도 애를 먹는 최정을 상대로 몸쪽 승부를 예고한 한화 슈퍼 루키 황준서(19)다.
본격적인 출발선에 선다. 황준서는 18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2024시즌 프로필 사진 촬영에 임했다. 올시즌 전광판에 사용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더불어 처음으로 정식 등번호 29번이 붙은 유니폼도 입었다.
황준서는 29번이 붙은 자신의 유니폼에 대해 “남는 번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번호를 선택했다”며 “어릴 때부터 영상을 많이 본 선수 중 한 명이 김광현 선배님이었다. 김광현 선배님 등번호가 29번이니까. 29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계기도 됐다”고 미소 지었다.
영상을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늘 김광현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로 비교되곤 했다. 다소 마른 체형부터 좌투수로서 강한 공을 던지는 모습까지 김광현과 닮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황준서는 교고 시절에 이미 최고 구속 시속 151㎞를 찍었다.
단순히 구속만 빠른 게 아니다. 구속만큼 제구도 뛰어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거침없이 우타자 몸쪽을 공략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통해 황준서와 마주했던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황준서는 특유의 꽂히는 느낌의 속구가 좋다. 배울 수 없는 영역인데 이 공이 정말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우타자 몸쪽 속구 외에 커브와 스플리터까지 변화구 구사에도 능한 황준서다.
그냥 이뤄지지 않았다. 습관을 통해 터득했다. 황준서는 “중학교 시절 지도자분들께서 몸쪽 승부를 늘 강조하셨다. 좌투수라면 몸쪽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며 “어릴 때부터 야구도 많이 봤다. 김광현 선배님, 류현진 선배님, 구창모 선배님들과 같은 좌투수 영상을 늘 보곤 했다. 가장 많이 본 선수가 구창모 선배님이었는데 영상을 보면서 몸쪽 승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고 밝혔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주목한 부분도 제구였다. 최 감독은 마무리 캠프 기간 황준서에게 받은 인상을 두고 “주위에서 들은 만큼 투구 동작도 안정됐고 볼도 좋다. 변화구로 던지는 스플리터와 커브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제 막 프로 유니폼을 입은 신인이다. 황준서가 지금까지 경험한 타자와 앞으로 마주할 타자는 차원이 다르다. 마운드에서 마주할 중압갑 또한 그렇다. 그래도 일찍이 방향을 잡았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성공 길을 예전부터 걸어왔다. 몸쪽 속구와 스플리터 조합이 프로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펼쳐진다면 전광판 위에 ‘K’도 꾸준히 쌓일 것이다.
첫 번째 미션도 나왔다. 개막 로테이션 진입이다. 최 감독은 “페냐, 산체스, 문동주까지 3명만 확정됐다”면서 “4, 5선발 두 자리를 두고 김민우, 이태양, 김기중, 그리고 황준서가 경쟁한다”고 캠프 기간 황준서의 선발 도전을 예고했다. 황준서는 “일단 선발 후보에 들어서 기분이 좋다. 선발 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캠프 때 열심히 하겠다. 선발로 개막전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뚜렷한 목표를 밝히며 당당함도 보였다. 황준서는 ‘배터 박스 안쪽에 서는 최정 같은 강타자와 마주해도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나?’는 질문에 “괜찮다. 몸쪽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준비는 순조롭다. 마무리 캠프 이후 신인이 서산에 모여서 하는 프로그램도 문제없이 소화했다. “현재 70%의 힘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며 1차 캠프가 열리는 호주에서 실전을 예고했다. 2월1일부터 호주 캠프 훈련에 돌입하는 한화는 14일과 15일 청백전. 17일과 18일에는 호주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29번을 단 황준서의 첫 실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