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믿기지 않는 역전 드라마였다. 노박 조코비치의 독주를 종식시킨 이탈리아의 ‘신성’ 야니크 시너(22). 세계랭킹 4위인 그가 마침내 생애 첫 그랜드슬램 챔피언에 등극하며 영건들의 새 시대를 알렸다.

28일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계속된 2024 호주오픈(AO) 마지막날 남자단식 결승.

시너는 3위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를 맞아 경기 초반부터 스트로크 싸움에서 밀리며 1, 2세트를 내줬으나, 이후 힘을 내며 세트스코어 3-2(3-6, 3-6, 6-4, 6-4, 6-3)로 승리했다. 3시간44분 동안의 혈전이었다.

우승상금 315만호주달러(27억7000만원). 이틀 전 4강전에서 세계 1위로 이 대회 10회 우승에 빛나는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를 3-1(6-1, 6-2, 6-7<6-8>, 6-3)로 잡고 파란을 일으켰던 시너는 메드베데프마저 무너뜨리며 포효했다.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로저 페더러 등 이른바 빅3 이외의 선수가 우승한 것은 지난 2014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이후 10년 만이다. 2001년생인 시너는 지난 2008년 만 20세250일의 나이로 우승한 조코비치 이후 호주오픈 최연소 남자단식 챔피언이 됐다.

시너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번까지 메드베데프와의 상대전적 4전 전승을 기록했다. 그 이전까지는 6전 전패를 당한 바 있다.

시너는 이날 서브에이스에서 14-11로 메드베데프에 앞섰고, 위너(Winners)도 50개를 성공시키며 44개의 메드베데프에 우위를 보였다. 자기범실은 메드베데프가 57개로 시너(49개)보다 많았다.

시너는 어릴 적 스키 선수였으나 12살 때 테니스로 전향했다.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산 칸디도의 북부 마을에서 자란 그의 스포츠 우상도 테니스 스타가 아닌 올림픽 복합스키 챔피언 보드 밀러였다.

시너는 지난해 11월 시즌 왕중왕전인 2023 ATP 파이널 단식 그룹예선 1라운드에서 조코비치를 잡으며 세계 테니스계를 놀라게 했다. 4연승을 올리며 결승까지 올랐으나 조코비치한테 져 준우승에 만족했다.

하지만 시즌 왕중왕전 뒤 그달 열린 2023 데이비스컵 본선 4강전에서는 이탈리아 대표로 나서 세르비아의 조코비치를 누르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고, 결국 이탈리아는 47년 만에 두번째 우승 감격을 맛봤다.

메드베데프는 지난 2021년 US오픈 우승 이후 두번째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2021년과 2022년 그는 두번이나 호주오픈 결승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