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지난 가을은 KT에 아쉬운 계절이었다.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기대했던 타선이 막힌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타선이 터지면 올시즌 정상을 노려볼만하다. 그 열쇠 중 하나가 바로 ‘테이블 세터’다.

KT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를 리드오프로 두고, 김민혁(이상 29)을 2번 타자로 올렸다. 테이블 세터 실험이다. 배정대 김민혁 모두 지난시즌 출루율은 0.356다. 리그 톱으로 가려면 4할대에 도달해야 한다. 이 감독 의도대로 제 역할을 해주면 강백호~멜 로하스 주니어~박병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상대팀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이 원하던 그림은 지난 12일 SSG와 경기에서 나왔다.

초반부터 배정대·김민혁 타선이 가동됐다. 1회말 배정대가 SSG 선발 최민준을 상대로 140㎞ 속구를 걷어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김민혁이 중전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로 연결했다. 이 감독 생각대로 밥상이 차려졌다. 이후 강백호 볼넷, 로하스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간단하게 만들었다.

이어 오윤석이 1사 2,3루에서 시속 140㎞ 속구를 간결한 스윙으로 받아쳐 3-1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했다. 1회초 SSG 전의산에게 솔로홈런을 내줘 선취점을 빼앗긴 분위기를 바로 다음 이닝에 뒤집었다.

3회에도 비슷한 그림이 나왔다. 배정대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뒤 김민혁이 안타를 쳐 무사 1,3루가 만들어졌다. 이후 강백호가 볼넷을 골라 누를 꽉 채웠고, 로하스가 몸에 맞는 볼로 1점을 보탰다. 테이블 세터의 출루와 적극적인 주루가 경기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테이블세터가 맹활약한 덕에 시범경기 첫 홈런을 신고한 로하스는 “팀 타선이 잘 짜여져있고 조화롭다”며 “상대 투수 입장에서 (테이블 세터 상대 후) 강백호 박병호 내가 있는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할 때는 벽을 계속 넘어야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막 엔트리도 선발 라인업은 완성단계다. 특히 타선에 대한 확신이 섰다. 이 감독은 “후순위 선수 리스트만 남았다. 내야 백업과 계투가 고민”이라며 “현재 유격수 자원이 많지 않다. 개막 전까지 이 부분을 주로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KT의 봄이 머지 않았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