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 기자] “나도 많은 경기를 해봤지만 오늘은 정말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18년 차 베테랑 양효진(현대건설)에게도 이 경기는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1위를 확정한 후 눈물을 쏟았다. 베테랑 양효진을 비롯해 거의 모든 선수가 서로를 껴안으며 서럽게 울었다.

현대건설은 지독한 불운을 극복하고 무려 1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정규리그 1위를 달렸으나 시즌 도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고 봄배구가 열리지 않으면서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1위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축제를 즐길 수 없는 입장이었다. 지난시즌에는 뒷심 부족으로 인해 흥국생명에 1위를 내줬다. 이번시즌에도 4라운드까지는 여유롭게 1위를 달렸으나, 다시 역전당한 채로 최종전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승점 3이 필요했다. 2점은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첫 세트부터 위기였다. 경기 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1세트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는데 우려대로 1세트를 빼앗겼다. 이제부터는 한 세트만 더 내줘도 1위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2세트를 여유롭게 가져왔지만, 3~4세트에는 다시 페퍼저축은행의 역습이 이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무서운 뒷심으로 세트 막판마다 현대건설을 압박했다. 4000명 관중의 환호 속 페퍼저축은행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꼴찌가 일찌감치 확정됐지만 분위기만 보면 ‘봄배구’였다. 강 감독조차 “3세트 듀스에서는 정말 지는 줄 알았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페퍼저축은행의 역습이 매서웠다.

현대건설은 초긴장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특히 3세트 막판 듀스까지 갔을 땐 강 감독도, 선수들도, 구단 관계자도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위기를 모두 극복하고 3~4세트까지 잡아내며 3점을 온전히 손에 넣었다. 그렇게 현대건설은 80점에 도달했고, 흥국생명(79점)을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2010~2011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이라는 숙원을 이룬 것이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감정을 쏟아냈다. 양효진은 “너무 어려웠다. 1세트에서 진 후 이제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3세트를 따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간절했다. 페퍼 선수들이 요새 너무 잘한다. 야스민도 잘하는 선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100%를 하려고 했다. 거의 결승 느낌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라며 “나도 많은 경기를 해봤지만 오늘은 정말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 시즌이 너무 길었다. 이 경기 하나로 끝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2021년 도쿄올림픽 4강에 올랐던 양효진에게도 이 경기가 주는 압박감은 대단히 컸다.

현대건설이 눈물 바람이 분 것도 이 때문이다. 또다시 2위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우려, 여기에 퍼페저축은행이 안긴 압박감을 이겨내고 1위에 오른 기쁨이 현대건설 선수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