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한국은 배트플립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 순간을 고대했다는 듯 시범경기부터 시원하게 배트를 던졌다. 미국에서는 쉽지 않은 행동이지만 한국에서는 문제가 없다. 시원하게 대포를 쏘아 올리는 한화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다.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강렬함을 정식으로 개봉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페라자는 24일 잠실 LG전에서 4회와 6회 연타석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4회에는 임찬규의 체인지업을 공략했고 6회에는 임찬규의 초구 커브를 우측 담장 너머로 시원하게 넘겼다.

6회 페라자의 홈런으로 역전한 한화는 꾸준히 점수를 뽑으며 8-4로 승리했다. 페라자의 홈런은 물론 홈런 후 세리머니가 팀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전날 개막전 패배 아쉬움을 페라자의 홈런과 세리머니로 잊은 한화는 8회 채은성이 쐐기 스리런포를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경기 후 페라자는 “오늘 결과에 만족스럽다. 앞으로 우리 팀에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분 좋다”고 말했다. 변화구를 홈런으로 연결시킨 것에 대해 “특별히 변화구에 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 투수들이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것을 알고 이에 맞춰 훈련을 많이 했다. 큰 구장에서 홈런을 쳐서 기분 좋고 영광”이라고 웃었다.

홈런친 후 세리머니는 의도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페라자는 “그냥 안타와 홈런만 치는 게 아니라 내가 우리 팀의 에너지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은 배트플립을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나 또한 이게 스포츠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늘 우리 팀의 에너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빠른 규정 적용으로 점점 간격을 좁히고 있는 한국과 미국 야구다. 홈런 후 세리머니의 일부로 배트를 던지는 배트플립의 경우 역수출이 되는 모양새. 그래도 아직 배트플립에 대해서는 한국이 관대한 편이다. 메이저리그(ML)의 경우 베테랑이나 슈퍼스타에게는 배트플립이 자유롭지만 신예 선수가 배트플립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엄격하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페라자는 빅리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홈런수가 증가했다. 2022년 더블A와 2023년 트리플A에서 연속으로 23홈런을 쳤다. 만 22세를 기점으로 몸에 힘이 붙으면서 장타력도 생기고 있는 페라자다.

이를두고 그는 “항상 꾸준히 훈련했다. 덕분에 경험이 쌓일수록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된다고 느낀다. 장타도 계속 더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개막 2연전에서 관중이 많이 오셨다. 이런 큰 구장에서 활약해서 즐거웠다. 동료들과 팬들에게 계속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당연히 홈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를 두고 큰 아쉬움을 삼킨 한화는 특히 그렇다. 지난해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22경기 동안 홈런 없이 퇴출, 오그레디 다음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닉 윌리엄스는 타율 0.244로 고전했다.

페라자는 다를 수 있다. 캠프부터 시범경기, 그리고 개막 2연전까지 모습만 봐도 두 타자와는 180도 다르다. 스위치히터인데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고 강한 타구를 만든다. 삼성에서 3년을 뛰면서 성공적인 KBO리그 커리어를 쌓은 호세 피렐라를 연상케 한다.

피렐라는 3년 동안 73개의 아치를 그렸다. 페라자는 그 이상도 가능하다. 20대 중반으로 계속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페라자의 배트플립이 올시즌 한화의 성공을 상징하는 장면이 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