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돌연 SNS 활동을 중단했다. 기존에 400개가 넘던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현재(28일 기준) 12개 정도의 게시물만 남겨둔 상태다. 또한 댓글창은 모두 닫아, 평소 누리꾼과 소통하던 모습과 상반된 기조를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달까지도 자신과 관련한 비판 기사를 갈무리해 올리는 등 불편한 기색과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2월 13일에는 자신의 SNS인 인스타그램에 ‘정용진 부회장, 한가한 SNS 즐길 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갈무리해 ‘너나 잘하세요 별 XX놈 다 보겠네’라고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후 ‘XX’라고 욕설이 쓰인 부분을 지우고 ‘네가 더 한가해 보인다’고 수정했다.
지난 1월엔 전시된 듯한 의자에 앉아 “형 의자 샀다. 의외로 편해. 기자 친구들 얼마인지 맞혀봐”라며 게시글을 올리는 등 언론, 누리꾼과 소통을 유지해왔다. 이외에도 지지 하디드 등 유명인들과 만나 찍은 사진이나 가족들의 모습도 종종 올렸다.
그러던 정 회장은 지난 8일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승진 배경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돌파구 마련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유통공룡이었던 이마트가 위기에 몰린 만큼, 정 회장도 SNS 소통을 줄이고 본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는 평가다.
◇ 희망퇴직까지 허리띠 졸라맨 ‘이마트’…정용진의 신세계 시작?
정 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조직 개편에 나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뿐만 아닌 신세계 주요 그룹사 이마트는 근속 15년 과장급 이상 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는 수익성 강화와 인력 운용 효율화가 목표다. 이마트가 점포별로가 아닌 전사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건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오후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게시했다. 특별퇴직금은 월 급여 24개월 치로, 기본급 기준 40개월 치에 해당한다. 생활지원금 2500만원과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원을 지급하고, 재취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결국 이마트의 신용평가도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6일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한 데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선 것이다. 한신평은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배경으로 실적 부담과 이익창출력 저하, 높은 재무부담을 꼽았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지난해 보수 37억원
일각에서는 인사 신상필벌,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정 회장 필두 경영이 시작됐다고 관측한다.
3월 20일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이마트에서 급여 19억8200만원과 상여 17억1700만원 등 모두 36억99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22년 36억1500만원보다 8400만원(2.3%) 증가한 수치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 회장과 부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이마트에서 각각 30억6500만원을 받았다.
지난 13일 발표된 신세계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 부회장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지난해 신세계에서 전년보다 5.1% 증가한 36억86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명희 총괄 회장 부부가 지난해 신세계에서 받은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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