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그걸 못참아서 이 지X을 해? 내가 회장에게 보고할 거거든. 이제 완전히 낙인 찍힌 거야.”
욕설·폭언·협박 등 가혹행위를 지속해온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위 임원이 해당 사실이 신고된 이후에도 피해직원을 ‘2차 가해’한 정황이 나왔다. 가해 임원은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다른 직원들에게 “걔 크게 실수하는 거다. 나는 그 XX 끝까지 혼내주려고…” 등 피해직원에 대한 욕설·비난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개월 간 ‘폭언·욕설·협박·강요’ 등에 시달리며 참고 버티다, 극단적 선택까지 떠올라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린 피해직원 A. 그에게 돌아온 건 ‘2차 가해’였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A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A는 “온 가족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가혹행위가) 오랫 동안 지속됐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그 임원 이름만 뜨면 아내와 가족이 두려워 한다. 이제는 전화벨이 울리기만 해도 불안에 떤다”고 토로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걸려온다. 쉬는 날이든 늦은 밤도 가리지 않는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욕설·폭언은 배가 돼 돌아온다.
A는 “한 번은 휴일에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갔는데, 해당 임원이 전화와서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 가족들과 휴일도 못 보내고 돌아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달 18일 A가 각종 가혹행위를 협회에 신고한 사실을 인지한 가해 임원은 막무가내였다. 다른 직원을 불러 A에 대한 욕설을 하는 등 ‘2차 가해’를 자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2차 가해’ 신고서에는 다른 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이 담겼다. 진술서에는 가해 임원 B가 다른 직원에게 “A 이 XX 그거 못 참아가지고 어? 그 XX했다고 얼마나 나약하면. 얘 이거 어떻게 다니겠냐? 그짓 해버리면, 완전히 이제 낙인 찍힌거야” “그걸 못 견뎌, 못 참아서 이 XX을 해? 내가 이거 회장한테 보고할 거거든” 등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2차 가해’를 직접 목격한 협회 직원은 “가해 임원이 불러서 갔더니 A에 대한 욕을 엄청했다. 가혹행위를 두고 ‘A가 일을 너무 못해서 역량 키우려고 엄하게 했는데 감히 신고를 해’라고 소리 쳤다”며 “내게도 잘못을 추궁했다. 임원이 내게 왜 미리 언질을 안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다른 직원도 불러 A를 비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혹행위 신고를 한지 한 달이 지났다. 가해 임원이 ‘2차 가해’를 하는 동안 KPGA는 대체 무엇을 했을까.
KPGA는 해당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지난 19일에서야 “협회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노사 단체 협약에 의해 외부 조사위원회를 꾸려 철저하게 조사 진행 중인 사안이다. 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향후 징계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협회가 방관하는 동안 A와 가족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A는 “(신고를 한 이후) 아내는 보복을 더 무서워한다. 임원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더 괴롭힐 것이라고 한다”며 “4살 아이도 있는데,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가해 임원은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내가 무능한 탓’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다. 용서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KPGA 노동조합은 23일 ‘2차 가해’에 대한 내용을 협회에 정식 신고할 계획이다. 이후 그동안 가해 임원이 저지른 가혹행위 자료를 더 취합해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