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한국영화 침체에 대한 단상을 밝혔다. 드라마와 OTT 시장 거센 공세에 밀려 극장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것에 진단을 내렸다.

양 감독은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대가족’ 언론시사회에서 “영화계가 요즘 힘들다. 드라마보다 (스토리 구조가) 약한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 이후 회복세에 들지 못하고 있는 영화 시장에 대해 진단했다.

영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문석(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무옥(김윤석 분)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다.

영화가 불교적 색채를 갖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출가하게 된 문석이 출가 이후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양 감독은 “문석이라는 캐릭터를 파다보니 이렇게 만들어졌다. 소재를 생각하고 캐릭터를 설계하다 보니 평만옥 사장과 가장 반대편에 서있는 아들은 가족과 연을 끊으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불교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문석은 출가 후 빠른 시간 안에 주지 스님 자리에 오른다. 양 감독은 “아직은 머리로 불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님이 속세에 생긴 업보 때문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며 “속세에 부처님이 있다는 뜻이다. 세상에 나와보니 중국집 배달부도 나중에 성직자가 돼 있는 걸 보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며 불교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을 소개했다.

이어 양 감독은 “어떤 생각을 주입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한국 영화 흐름 중 하나가 불교가 있었다. ‘아재아재 바라아재 ’ 등을 생각해보면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199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대가족’이 그나마 가능했던 시대다. 양 감독은 “이젠 가족을 구성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영화처럼 부를 이뤄야만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가족을 만들고 확장하기 위해선 우리가 나서야하지 않을까하는 게 영화에 많이 묻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인’(2013) ‘강철비’(2017) 이후 코믹 휴먼드라마 ‘대가족’을 연출한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양 감독은 “전작은 내용이 무거웠다. 이건 코믹과 휴먼 터치라 결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며 “제 입장에선 모두 우리 사회에서 꼭 이 시기에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대가족’은 내달 1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