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3년 동안 편성이 안 되거나 캐스팅이 안 됐다는 건 아니에요. 전 작품이 끝나고 새로운 작품 기획을 시작한 것부터 방송 종료까지가 3년인 거죠.”

tvN ‘선재 업고 튀어’ 극본을 맡은 이시은 작가는 작품 기획 후 캐스팅이 쉽사리 성사되지 않아 제작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에 이같이 해명했다.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난항이라기보다는 류선재에 맞는 이미지를 찾는 기간이 있었어요. 선재를 누가 연기할까 머릿속에 그려지는 배우가 없더라고요. 수영선수도 해야 되고, 30대랑 10대 연기도 해야 하고, 청춘물과 멜로 느낌이 동시에 나는 배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 ‘20세기 소녀’(2022) 변우석을 봤는데 막연히 저런 이미지가 선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팀에 운명처럼 선재가 나타났죠.”

‘선재 업고 튀어’는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가 죽자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임솔 역에 김혜윤을 가장 먼저 낙점하고 집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기획할 때 임솔의 나이대를 30대, 10대로 두고 썼는데 서사가 깊어졌죠. 저는 캐릭터를 좀 밝게 세팅을 하고 나서 슬픈 감정을 끌어내는 걸 주로 쓰는데 이게 쉬운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솔이가 순수함을 간직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깊은 아픔을 가진 캐릭터인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2022)를 보고 깊은 내면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란 걸 느꼈죠. 머릿속으로 혜윤이를 놓고 썼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했던 배우가 연기를 해준다니 작가로서는 행운이었죠.”

tvN ‘톱스타 유백이’(2018) 공동 집필을 통해 처음 시청자를 만났던 이 작가는 tvN ‘여신강림’(2020)으로 청춘 로맨스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작의 설정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섬세함으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방식은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드러났다.

“원작 ‘내일의 으뜸’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내 최애를 살리러 과거로 간다는 설정이요. 그 원작을 가지고 제가 새롭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죠. 그래서 제가 원작의 판권을 좀 사달라고 해가지고 시작했었어요. 원작이 그냥 일방적인 구원의 서사였다면 저는 더 나아가 쌍방 구원을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를 빼고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극 중 밴드 이클립스가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가는 “밴드 얘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며 “밴드나 아이돌 장면이 더 살 수 있던 건 PD님의 연출과 배우들의 열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윤종호PD와 공동 연출을 맡은 김태엽PD는 변우석의 코미디 연기에 감탄했다. 이에 이 작가도 공감했다.

“리딩하면서 보니까 변우석의 코미디 장점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쓴 캐릭터를 배우가 잘 해주니까 더 시너지가 잘 났고 고마웠죠.”

‘선재 업고 튀어’는 특히 2049 세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루한 걸 못 참는다는 이 작가는 반전을 많이 넣고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 2049 시청자에게 자극이 됐던 것이라 분석했다.

“저희 시어머니는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죠. 보려고 하면 이야기가 바뀌어 있고 지난주엔 이랬는데 확 바뀌었다면서요. 그래서 2049 타깃에는 재미가 있을 수 있는데 저희 시어머니가 보시기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 작가는 극 중 우산 신을 떠올리며 “우리끼리 우산 각도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게 멋있나 저게 멋있나’ 했던 기억이 난다. PD님이 직접 시범까지 보였다”며 웃었다.

수많은 반전들 중 윤 PD와 김 PD는 13회를 가장 충격적이고 흥미로웠던 엔딩으로 꼽았다. 임솔이 과거로 돌아가 처음으로 만났던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그와 만났던 모든 기억을 리셋하는 엔딩이다. 반면 이 작가는 14회 관람차 엔딩을 좋아하는 신으로 꼽았다.

“모든 걸 다 지웠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충격적이라는 걸 알았지만 되살렸을 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저의 숙제였죠.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14회부터 펼쳐져요. 전반부가 솔이가 잊고 있던 선재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라면, 후반부는 선재가 모든 기억을 잃었을 때 선재가 솔이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거든요. 13회를 그렇게 끝내고 나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관람차에 많이 담겨 있었어요.”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이 작가는 차기작 계획을 묻자 “아직 선재를 떠나보내기 싫다. 다음 작품을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같이 보는 분들과 함께 여운을 느끼고 있다. 천천히 떠나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tha9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