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보통 선수는 아닌 것 같다.”

결단을 내렸다. 언젠가는 결정했을 사안이라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였다. 13일 잠실 한화전부터 두산 마무리는 신인 김택연(19)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홍건희가 6월 들어 조금 주춤해서 앞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당분간 편하게 마운드에 올라 구위를 살리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오늘부터는 김택연이 세이브 상황을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빠르다면 빠르다. 그런데 선수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마냥 빠른 결정도 아니다. 그만큼 김택연이 보여준 모습 하나하나가 빼어나다. 올시즌 30경기 30.2이닝을 소화한 김택연은 2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하고 있다. 삼진 35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6개로 삼진 대비 볼넷 비율도 뛰어나다. 시속 150㎞를 웃도는 속구 구위만 봐도 리그 최고인데 제구까지 갖춘 김택연이다.

더불어 이 감독은 김택연의 멘탈도 유심히 바라봤다. 그는 “시즌 초반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2군에 갔다 와서 자신감이 좋아진 것 같다. 최근 결과를 내면서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 이제는 프로 무대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다”며 “세이브 2개도 그렇고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많이 올라왔다. 우리 팀에서 이 역할을 할 선수 1번도 김택연이었는데 이제는 마무리로서 김택연이 올라오면 두산이 이긴다는 생각이 들 투수가 될 것이라 본다. 김택연에게도 이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투수가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쉬운 것도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9회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보통 등판하는 상황이 정해졌으니까 김택연을 관리하는 부분도 편할 것 같다”면서 “위기 상황에서, 득점권 상황에서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승부사 자질도 있고 마무리로서 기질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김택연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자가 있는 상황도 문제없다는 판단. 실제로 김택연은 지난 1일 LG전에서 1루 대주자 최원영을 완벽히 묶은 바 있다. 투구 타이밍에 꾸준히 변화를 주면서 최원영이 뛸 수 있는 타이밍을 지웠다. 견제가 뛰어나고 슬라이드 스텝도 빠른 편이다.

이 감독도 당시를 회상하며 “보통 투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더 급해진다. 빨리 던지고 싶어지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김택연은 그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주자를 잘 묶더라. 확실히 보통 선수는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이날 두산은 헨리 라모스(우익수)~허경민(지명타자)~양의지(포수)~김재환(좌익수)~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전민재(3루수)~박준영(유격수)~조수행(중견수)으로 라인업을 짰다. 처음 짠 라인업에서는 김재호가 8번 타자 유격수였는데 김재호가 경기 전 타격 훈련에서 타구에 종아리를 맞으면서 박준영이 선발 출장한다. 선발 투수는 최원준이다.

엔트리 변동도 있다. 선발 투수 최원준과 김대한이 1군에 포함됐고 박정수와 김태근이 2군으로 내려갔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