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양평=원성윤 기자] 시동 버튼을 누르자 잠자던 야수가 눈을 뜬다. 폭스바겐 투아렉(Touareg)의 보닛 아래 숨겨진 V6 3.0 TDI 엔진이 낮고 굵은 베이스 음을 토해낸다. 양평의 굽이진 도로 위에 차를 올리는 순간, 뇌리에 꽂히는 비트는 단 하나다.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엑소(EXO)의 ‘으르렁(Growl)’이다. 오늘의 ‘가요타요’는 교복을 입고 무대를 씹어먹던 엑소의 그 패기 넘치는 에너지로, 도로 위를 장악하는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투아렉의 야성(野性)을 질주해 본다.

◇ 61.2kg.m의 토크, 심장을 때리는 ‘킬링 파트’

‘으르렁’의 도입부가 시작되자마자 터져 나오는 강렬한 비트는 투아렉의 초반 가속과 닮아있다.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얹는 즉시 286마력, 61.2kg.m의 무시무시한 토크가 2.2톤의 거구를 가볍게 튕겨낸다. 굼뜨거나 망설임이 없다. 엑소의 칼군무처럼 정확하고, 폭발적이다.

가솔린이나 전기차가 주는 매끄러움과는 결이 다르다. 디젤 엔진 특유의 두터운 펀치력은 운전자의 등을 시트에 파묻히게 만든다. “내 안의 본능이 꿈틀댄다”는 가사처럼, 투아렉은 점잖은 정장 속에 근육질 몸매를 숨긴 짐승남 같다. 밟으면 밟는 대로 으르렁대며 치고 나가는 맛, 이것이 바로 ‘펀 드라이빙(Fun Driving)’의 킬링 파트다.

◇ 에어 서스펜션, 메인 댄서의 ‘현란한 스텝’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엑소 멤버들의 동선은 흐트러짐이 없다. 투아렉의 하체를 책임지는 ‘에어 서스펜션’이 그렇다. 양평의 거친 와인딩 로드와 요철을 만나도 투아렉은 당황하지 않는다.

‘올 휠 스티어링(All Wheel Steering)’ 시스템은 거대한 차체를 마치 소형 해치백처럼 날렵하게 돌려세운다.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로, 혹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코너를 공략하는 모습은 마치 메인 댄서 카이(KAI)의 현란한 스텝을 보는 듯하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매끄럽게 지워버리는 승차감은 강렬한 비트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그루브(Groove) 그 자체다.

◇ IQ.라이트, 무대를 장악하는 ‘센터’의 시선

어둠이 내린 국도, 투아렉의 전면부를 밝히는 ‘IQ.라이트-H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무대 위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보다 화려하다. 3만 8천여 개의 인터랙티브 LED가 도로 상황에 맞춰 빛을 쏘아 보내는 모습은, 엑소 멤버들이 대형을 갖춰 시선을 압도하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전방의 물체를 정확히 비춰주는 ‘나이트 비전’은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라는 가사처럼,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지해 운전자를 보호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다. 무대(도로)의 중심(센터)에서 흐름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발현이다.

◇ 영원한 톱클래스(Top Class)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와도 ‘으르렁’이 K-팝의 클래식으로 남았듯, 수많은 신차와 전기차가 등장해도 투아렉의 가치는 희석되지 않는다. 유행을 타지 않는 단단한 기본기, 타협하지 않는 독일 엔지니어링의 정수.

투아렉은 여전히 도로 위에서 가장 섹시하고 위험한 매력을 지닌 차다. “결국엔 강한 자가 얻게 되는 미인”이라는 노래의 마지막처럼, 이 차는 진정으로 자동차의 본질을 아는 강한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명작’이다. 엑소의 노래가 끝나도 여운이 남듯, 시동을 끈 후에도 투아렉의 진동은 손끝에 길게 남았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