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돈만 벌고 짜이찌엔? 중국 설원의 영웅 구아이링, 그가 의심의 대상이 됐다. 금메달로 만들어진 애국 서사는 어느 순간 ‘먹튀 논란’과 ‘가짜 애국’으로 전환됐다.

이 논란은 사실 모순에 가깝다.

구아이링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중국 설상 종목 역사를 새로 썼다. 중국이 수십년간 넘지 못한 벽을 단숨에 허문 상징적 인물이 됐다.

귀화 논란이 존재했지만, 성과는 모든 비판을 잠재웠다. 구아이링은 단숨에 중국 스포츠의 대표적 성공모델이 됐고, 국가적 자산으로 소비됐다.

미국 출신에 혼혈이지만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중국어도 능숙해 호감 일색이었다. 스탠포드대에서 양자물리학을 전공하는 재원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무릎 부상 등으로 대회 불참이 이어지고, 미국 생활과 학업 모습이 노출되자 여론은 급변했다.

“돈 벌 때는 중국인, 다치면 미국인”이라는 공격이 퍼졌다. 광고 수익이 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게 알려지며 질투와 시기가 동반됐다.

영웅 서사가 먹튀로 전락한 것. 그러나 중국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아닌 구아이링 개인으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는 중국 대표로 뛰어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최고 수준으로 이행했다. 중국이 기대한 경기력을 성과로 증명했다.

그럼에도 비판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정체성’에 있다. 구아이링은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현재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수학 중이다.

이중 국적, 이중 문화를 가진 선수는 글로벌 스포츠계에선 보기 드물지 않다. 다만 미중 갈등이 심화한 현실에서 구아이링은 정치적 상징으로 과도하게 소비되고 그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여론이 불편해하는 지점은 ‘성과 부족’이 아니다.

그가 중국내 영웅의 틀 안에서만 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성홍기를 달고 뛰었으니, 삶 자체도 중국에 귀속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럼에도 미국 생활을 이어가고, 글로벌 스타로 캐릭터를 확장하자 배신자 아이콘으로 낙인 찍혔다.

그 연장선에서 구아이링이 SNS을 통해 “지난 5년간 중국을 위해 39개의 메달을 땄다.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한 것도 감정폭발이기보다 정당한 항변에 가깝다.

이제 시선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으로 향한다. 구아이링이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중국내 여론은 다시 영웅 서사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 그를 향한 잣대는 더 날카로워질 것이고 중국이 만들어낸 애국 아이콘에도 균열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