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통영=원성윤 기자] “How long has it been? A little sticky.” (KISS OF LIFE - ‘Sticky’ 중)
오랜만이다. 이렇게 도로와 끈적하게 사랑에 빠지는 차는. 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처음 마주한 로터스 엘레트라는 마치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을 삼킨 듯한 ‘솔라 옐로우(Solar Yellow)’ 컬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키스오브라이프의 노래 ‘Sticky’가 흘러나오는 순간, 직감했다. 이 차, 단순히 전기로 가는 SUV가 아니다. 아스팔트를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도로 위의 끈적한 승부사다.
◇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 바닥에 ‘착’ 붙는 직진 본능


“착 달라붙어, Sticky, sticky, sticky.”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통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노래 가사가 현실이 된다. “착 달라붙어.”
분명 덩치 큰 SUV인데, 느낌은 낮게 깔린 스포츠카다. 테슬라 모델 X가 공기 위를 부양해서 미끄러지는 듯한 ‘디지털’의 느낌이라면, 로터스 엘레트라는 거대한 타이어가 노면의 입자 하나하나를 씹어 먹으며 ‘물리적’으로 달리는 기분이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의 직진성(Straight stability)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게중심이 바닥으로 쫙 깔리면서,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왜 로터스가 ‘핸들링의 명가’인지를 증명한다. 불안하게 붕 뜨는 느낌 없이, 도로와 차체가 한 몸이 되어 ‘Sticky’하게 질주하는 쾌감. 이건 테슬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로터스만의 ‘손맛’이다.
◇ 속도에 맞춰 춤추는 날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Like a butterfly, 나를 따라와.”
통영 대전 고속도로의 한적한 구간, 속도를 높이자 룸미러로 재미있는 광경이 보인다. 잠자고 있던 후면의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가 날개를 펼친다.
마치 노래 속 “Like a butterfly”라는 가사처럼, 주행 상황에 맞춰 각도를 조절하며 공기의 흐름을 제어한다. 단순히 멋을 위한 장식이 아니다. 이 날개는 차체를 더욱 바닥으로 꾹꾹 눌러주며(Downforce), 운전자에게 “더 밟아도 돼, 내가 잡아줄게”라고 속삭인다.
통영 산양면 일주도로 굽이진 해안길에서 감속과 가속을 반복할 때마다, 스포일러는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차의 밸런스를 맞춘다. 내가 운전하는 리듬에 맞춰 차가 함께 호흡하고 춤추는 느낌. 기계가 아닌 생물체와 교감하는 듯한 이 기분은 전기차 시대에 잃어버렸던 운전의 재미를 다시 일깨워준다.
◇ 시선을 훔치는 ‘Hot’한 옐로우, 그리고 반전 실내


“어딜 가든 시선 집중, Hot, hot, hot.”
통영의 푸른 바다 앞에 차를 세웠다. 흐린 날씨였지만 엘레트라의 노란색 차체는 “Hot, hot, hot” 그 자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범퍼의 날카로운 공기 흡입구와 23인치 휠 속 노란 캘리퍼에 꽂힌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엘레트라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시선 강탈이었다.
실내로 들어오면 분위기는 또 바뀐다. 육각형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으면 마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듯하지만, 고급 가죽과 정교한 마감은 안락함을 준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400km가 넘는 장거리였지만, 몸이 피곤하지 않았던 건 이 차가 가진 의외의 부드러움 덕분이다.
“Baby, I just wanna sticky with you.”
시승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내리기 싫어졌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주는 편안함도 좋지만, 로터스 엘레트라가 주는 ‘달리는 맛’의 중독성은 너무나 강했다. 도로 위에 껌딱지처럼 붙어, 운전자와 끈적하게 교감하는 차. 로터스 엘레트라는 정말 ‘Sticky’한 녀석이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