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글·사진=배우근 기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친환경’이다. 그러나 마냥 순하지 않다. BMW ‘뉴 550e x드라이브’는 전기로 조용히 출발하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야생마처럼 질주한다. 이 차는 전동화 흐름에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은 더욱 또렷해진 고성능 세단이다.

550e는 BMW 5시리즈 최초의 고성능 PHEV 모델이다. 플러그인이라는 한계보다는 직렬 6기통 3.0ℓ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주는 강렬함에 먼저 눈길이 간다. 여기에 197마력의 BMW 5세대 eDrive 전기모터가 결합돼 시스템 총 출력은 무려 489마력, 최대토크는 71.4㎏·m에 달한다. 제로백 4.3초.

시승은 전기 모드로 시작했다. BMW 특유의 날카로운 반응보다는 한층 부드럽고 묵직하다. 스티어링 감각은 절도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전기차의 즉각적인 반응성과 5시리즈 세단 특유의 안정감이 균형을 이룬다. 감속 시 브레이크는 다소 밀리는 듯한 느낌을 줬지만, 오히려 주행 흐름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전 BMW들과는 다른 ‘순한맛’이 감지된다.

핸들은 아랫단이 일자로 깎인 플랫-보텀 구조다. 무릎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해 장시간 주행에서 쾌적함이 유지된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디테일이 살아 있지만, 다소 정보량이 과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었다. ‘최소 모드’로 조절하니 시야가 더 편해졌고, 내비게이션 전환시 자동으로 디렉셔널 뷰로 전환되는 기능은 주행 흐름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차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도로를 박차고 나갔다. 489마력의 힘은 말 그대로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박는’ 느낌을 준다. 이질감 없는 고출력은 마치 정제된 야성을 다룰 줄 아는 BMW의 노하우를 그대로 보여준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는 흔들림 없이 노면을 움켜쥔다.

급감속 상황에서도 차량은 안정적이다. 고속에서 브레이크를 깊게 밟았지만 차량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다. 요철이 많은 국도나 굽은 코너에서도 하부충격은 억제됐고, 진동은 댐퍼에서 걸러진 뒤 부드럽게 전달됐다. 승차감은 고급 세단, 특히 7시리즈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0.1km(모터+엔진 기준). 전기 모드만으로도 6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출퇴근 등 도심 주행에서는 사실상 순수 전기차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고성능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꽤 매력적인 선택지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