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셰프 전성시대다. ‘쿡방’으로도 불리는 콘텐츠가 레거시, 뉴미디어를 망라하고 쏟아진다. 인기가 살짝 사그라드나 싶더니 최근 종영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 덕분에 다시 불이 붙었다.

흑백요리사 두 번째 시즌은 ‘연쇄조림마’로 불리는 최강록(48) 셰프가 우승했다. 그는 십수 년 전 마스터셰프 코리아(마셰코) 두 번째 시즌 우승자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포함한 알고리즘 기반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최 셰프의 과거와 현재가 봇물터지듯 쏟아진다.

알고리즘 세계를 부유하다가 마셰코 심사위원이던 강레오(50) 셰프와 우승자 최강록 셰프의 대화에 귀가 솔깃했다. 세계 톱 셰프의 주방에서 수학한 대화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감각을 키우는 훈련’만 했다는 대목이다.

강 셰프는 “살몬콩피(오리기름에 연어를 넣고 낮은 온도(40~43ºC)로 익히는 프랑스 음식) 창안자인 피에를 코프만의 식당에서 일할 때였다. 코프만 셰프가 살몬콩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더니 오리기름을 넣은 팬에 손가락을 넣고선 휘휘 저으라더라더니 가버렸다”며 “온도계로 측정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적정 온도를 찾으라는 의미더라. 됐다 싶어 코프만에게 가져가면 ‘더 낮춰야 한다’는 답이 수 차례. 반복 끝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는데, 몰래 온도계를 넣었더니 41도더라”고 말했다.

최 셰프가 “요즘은 감각으로 가르치면 (주방 직원들) 다 도망간다. 계량한 수치를 내놓으라고 한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나 강 셰프는 “수치나 온도, 중량 질량에 의존하다보면 다 놓친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치가 없으면 요리를 못한다.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레시피가 있어도 언제든 비틀 수 있어야 셰프”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셰프들의 대화에 고개를 끄덕인 건,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도 다르지 않아서다. 몸으로 하는 일은 철저히 감각의 영역이다. 공을 챌 때, 스윙을 시작할 때, 바운드를 예측할 때 등은 ‘몸의 기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본능적인 움직임’이라는 말도 십수 년간 반복 훈련으로 체득한 셈이다.

그러나 요즘은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들도 감각보다는 수치를 더 믿는 풍토다. 발사각, 피치터널, 익스텐션과 디셉션 등 과학적 분석이 ‘정답’이라고 믿는 문화가 정착했다.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정 숫자를 만들어낼 방법을 선수 개개인이 갖고 있느냐를 따지면 물음표가 남는다.

어느 직업이나 ‘라때는 말야…’로 시작하는 고생담이 있기 마련이지만, 주방이 무대인 셰프들은 ‘생고생 경험담’이 많다. 양파를 몇 개까지 까봤다거나 닭을 몇 초에 한 마리씩 해체하는지 등은 고생담이자 자부심이다. 눈물 쏙 빠지는 반복훈련으로 기술을 익히면 그제야 불맛 칼맛 손맛 등 자기 색깔을 넣기 시작한다.

스프링캠프를 앞둔 각 팀 선수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고생 배틀’을 얼마나 풀어낼 수 있을까. 이들의 ‘완전한 준비’는 감독들의 용병술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올해도 감각보다 수치에 매달리는 캠프가 대세일까. 이런 생각이 추위를 잊게한다. 야구의 계절을 재촉하는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