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솔직히 아까운 자원이다.

통산 2169경기를 뛴 베테랑. 역대 최다안타 1위이자 (여러의미로) 관리만 잘하면 ‘전대미문’의 3000안타도 넘볼 수 있는 위치. 최근 2년간 고전(?)했지만, 통산 0.319에 달하는 고감도 타율과 4할에 육박(0.391)하는 출루율. 프리에이전트(FA) 미계약자로 27일 현재 ‘무적’ 신분인 손아섭(38) 얘기다.

‘악바리’로 불리던 손아섭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FA 신분이지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팀이 없으니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원소속팀인 한화도 접점을 찾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레전드급 선수이므로 최대한 협상의 매너를 지키면서 이견을 좁히겠다는 게 기본 방침.

알려졌다시피 최대 난관은 기간이다. 전술한 것처럼 3000안타 도전에 강한 애착을 가진 선수인만큼 ‘안정적인 경기 출전’이 필요하다. 액수보다 보장 기간에 방점이 찍힌다는 관측이 나올 만하다.

구단(꼭 한화가 아니더라도)으로선 다년 계약으로 발생할 리스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리스크가 ‘나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손아섭의 최근 퍼포먼스를 보면 나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최근 세 시즌 동안 전체 타석의 60%를 지명타자로 뛰었다. 경기 수(144경기)로 단순환산하면 한 시즌 86경기꼴이다. 전경기에 출장한다고 해도 수비를 할 수 있는 게 60경기가 채 안된다.

한화 선수 구성상 지명타자를 특정 선수로 고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구단과 선수가 줄다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필드플레이어로 경쟁력이 떨어지면, 출장기회도 보장하기 어렵다. 콘택트 능력이 빼어나더라도, 클러치히터가 아니라면 역할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안타 하나에 두 개의 베이스를 노릴 만한 주력인가도 고려대상이다.

2017년부터 2년간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해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옛날얘기가 됐다. 무릎 수술 여파라는 분석이 많은데, 평범한 주력에 콘택트 히터는 쓰임새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KBO리그에서 증명한 손아섭의 기량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문제는 박수가 과거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팀을 끌어갈 선수인가를 묻는다면, 선뜻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하기 어렵다. 계약과정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근거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손아섭의 활약이 필요한 순간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를 완전히 놓지도, 꽉 움켜쥐지도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테랑의 노하우는 팀이 어려울 때, 주축들이 지쳤을 때, 줄부상에 신음할 때 빛나는 법이다. 담보 또는 보험으로 잡아두고 싶은 게 구단의 솔직한 속내일 터.

때문에 과감하고, 도전적인 제안을 선수 쪽에서 먼저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보장액은 3000만원 최저연봉. 대신 경기, 안타, 타점, 득점, 결승타, 결승득점 등 공격지표 하나하나에 값을 매기는 방식이다. 안타 1개당 10만원으로 가정하면, 100안타를 돌파하면 1000만원을 받는 식이다. 타점 50만원 득점 30만원 결승타 100만원 등 성과에 따른 철저한 보상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어떨까.

선수로서는 경쟁력을 증명해 시즌 후 당당한 대우를 주장할 수 있고, 팬들은 또다른 관전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구단도 선수 능력에 따라 대우할 수 있다. 몸값이 가벼우면 향후 트레이드 가능성도 높아진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즌을 치르다보면 손아섭이 꼭 필요한 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박찬호가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화에 입단했을 때, 추신수가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하고 백의종군했을 때 ‘최저연봉’에 사인했다. 1군 풀타임이면, 최저연봉도 올라가므로 ‘상징성’ 측면에서도 가치있는 선택이라는 평이 많았다.

선수 손아섭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만큼 진취적이다. 기존 한화 선수들과 결이 조금 다른, 그래서 팀 분위기를 바꾼 베테랑으로 불린다.

기간이나 몸값은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실력을 증명하려면 크든 작든 뛸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자존심은 대우가 아닌 결과로 증명하는 게 프로다. 어차피 벼랑 끝이라면, 허를 찌르는 역공을 펼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